에볼루션이냐 레볼루션이냐…기로에 선 연준

입력 2017-10-16 09:07수정 2017-10-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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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 부의장의 13일자 사임에 연준 금융정책 기조 큰 변화 계기 마련돼…트럼프, 옐런 연임 또는 교체 놓고 결정의 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요 인사 전면 교체를 통한 쇄신이냐’ 아니면 ‘재닛 옐런 현 의장을 축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느냐’ 기로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2월 옐런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그를 연임시킬지 새로운 인사로 교체할지 결정의 순간에 서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연준의 현직 인사 중에서는 옐런 의장과 제롬 파월 이사가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기준인 이른바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가 물망에 올랐다.

옐런이 연임하거나 파월이 임명되면 연준은 지난 수년간 펼쳐왔던 통화정책 기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워시 전 이사와 테일러 교수는 연준의 현 통화정책을 공공연하게 비판해와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워시는 오랫동안 연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의문을 표시했으며 경제 관리에 있어서 중앙은행이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테일러 교수는 ‘매파’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연준이 자산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하며 기준금리 조정도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 지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S이코노믹스의 다이앤 스웡크 최고경영자(CEO)는 “워시와 테일러는 지난 10년간 연준의 경향과는 매우 다르다”며 “둘 중 한 사람이 차기 연준 의장이 되면 180도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격변 가능성은 연준 의장 자리만이 아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13일자로 사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4개월간 연준 지도부를 전면적으로 바꿀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피셔 부의장의 사임으로 연준 이사회 7자리 중 4자리가 공석이 됐으며 새 의장까지 포함하면 트럼프는 무려 5자리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긍정적 요인은 아니다. 한 유럽연합(EU) 관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연차총회 연설에서 “연준 지도부의 변화는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하강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미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와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충분한 가운데 시장은 새 변수가 추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 지도부 인사와 관련해 “한 달 안에 결정이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특별히 마감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옐런 의장의 임기 종료가 임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다향한 후보자들을 인터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옐런을 제외한 다른 세 후보들과 잇따라 면담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옐런 연임이 타당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를 달리고 있다. 실업률은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시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옐런은 이날 “미국 경제가 견실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는 대규모 금융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어 옐런을 꺼릴 수 있다. 한편 파월 이사는 공화당원이며 므누신 재무장관, 백악관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이 플러스 요인이나 그도 옐런이 세웠던 점진적 금리인상이라는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워시와 테일러는 중앙은행의 역할 축소를 부르짖는 보수파의 구미에 맞는 인물이지만 경제성장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트럼프의 의도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차기 연준 의장을 놓고 트럼프의 장고(長考)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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