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號 내비게이션을 켜자] 리스크 딛고 리빌딩… 한국경제 ‘희망의 불’ 밝히자

입력 2017-10-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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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가계빚·주력산업 ‘흔들'… 낡은 규제 버리고 R&D투자 확대 ‘위기를 기회로'

2017년은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시대’로 불린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G2(미국·중국)의 패권전쟁, 북핵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대립 등 그 어느 때보다 정치·경제·사회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1월 발표한 글로벌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전망치(2.8%)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9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디며, 회복되더라도 위기 이전의 성장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과거에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노력하더라도 일부 소수만 보상받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통화 확대 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선진국들은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크게 증폭하는 모습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초(超)불확실성 속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 속에 많은 국가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ICT 인프라를 구축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주력산업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새로운 흐름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잠재성장률 하락세, 일본식 장기침체 우려 =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세계 공통 과제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급격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다. 더욱이 2025년 일본 수준의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속도다.

노인(65세 이상) 대비 청장년(15~64세) 비율은 빠르게 감소하고,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 7.3%였으나 1996~2000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는 동안 5.6%, 글로벌 경제위기로 3.2%까지 내려왔으며 2016년 이후에는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경제 상황이 현재와 같이 이어진다면 2020년대 중반 이후 잠재성장률 1% 진입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특히, 일·가정 양립, 노동시간 감축 등을 동원해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학 입학 준비기간 단축을 통해 청년들의 최초 취업 연령을 낮추거나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 소회 계층의 노동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이민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혁의 기회를 놓친다면 새로운 경제위기에 봉착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혁신 역량 떨어지는 한국 =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세계 9번째로 달성했고, 수출 규모 7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명목 GDP는 1조4981억 달러로 세계 12위 국가로 도약했다. 11개 국가 중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국가는 캐나다가 유일하다. 이러한 성과는 수출에 기반한 대기업집단 중심의 성장 시스템이 이끌었다.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석유화학, 조선, 철강, 기계 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려온 유일한 성장 동력이다.

‘승자독식’에 의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경제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야기했다. 우리 경제 역동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창조적 파괴에 의한 혁신이 더 이상 일어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중국은 IT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를 추월하고 있으며, 한국이 중국에 비해 절대적인 비교 우위를 확보한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5~10년 우리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창출력이 우수한 서비스업의 GDP 대비 비중은 57.3% 수준으로,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53.4%에 불과하다.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혁신 등을 통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IT와 융합을 통해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켜야 하지만, 최근 계속된 경기 불안과 불확실성 증대로 무형 투자인 R&D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경쟁을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R&D 투자를 하는 기업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까지 대기업집단이 제시한 미래 성장동력 중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분야는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가 유일할 정도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은 물론 중국 기업들까지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무역업계 611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3.3%가 4차 산업혁명으로 경영 환경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응에 돌입한 기업은 응답자의 5%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중 이른바 ‘독일식 히든챔피언’에 해당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은 10~20개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춘 것은 이른바 ‘히든챔피언’인 중소·중견 기업이 약 2000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1500개 내외가 있다.

‘칸막이식 정부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피터팬증후군’이 발생하고, 중견기업들 또한 대기업 협력업체가 주를 이룬다.

◇ 美 금리인상, 中 경착륙 큰 변수 = 한국 경제에 대외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우려다.

우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는 올해 15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2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폭이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0%로 전년 동기(88.4%)에 비해 4.6%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43개국 가운데 중국(5.5%p)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한국 경제 규모에 견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 축소 시기에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소득 상위 20% 가구가 가계부채의 50%를 보유하고 있어 안전하고, 지속적 관리 노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세라고 주장하지만, 빚을 갚기 위해 주택 형태의 자산을 매각할 경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위험은 간과하고 있다.

전체 부채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부동산이 급락하면 전체 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규모 외화 유출이 재개되거나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지는 경착륙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중국 경제가 지금까지는 경착륙 위기를 잘 피해왔지만 부채와 투자에 의존한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신용거품이 터지는 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했다.

수출은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등 위험요소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여기에 최근 소비심리 불안과 기업의 경제활동 동기 약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떠오르면서 올해 초 경기낙관론이 퇴색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경우 선진국을 비롯한 정부가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금리는 0%에 가까운 상태여서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없다. 이미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 때문에 재정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을 필요로 하는 구조개혁 또한 쉽지 않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이르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주변국으로 주저앉아 버릴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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