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천하의 아마존도 싱가포르에선 맥 못춘다?

입력 2017-10-11 07:52수정 2017-10-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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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싱가포르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오프라인 쇼핑 선호도가 워낙 높은데다 경쟁업체들이 일찌감치 자리 잡은 상황이라 천하의 아마존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아마존은 지난 7월 싱가포르 지역에서 유료 회원 서비스 ‘프라임 나우’를 출범했다. 출범한 지 3개월째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반응은 미지근하다. 배송이 기대에 못미친 것이 아마존의 싱가포르 데뷔에 치명타가 됐다. 배송 지연도 문제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쇼핑몰에서 쇼핑을 즐기는 문화가 강하다는 점도 아마존으로서는 불리한 요소라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싱가포르에서 오프라인 쇼핑은 사실상 “국가 스포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의 온라인 쇼핑이 전체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영국과 미국의 온라인 쇼핑 비중은 각각 15%, 10%였다. 아문디 자산운용의 챈 호크 파이 펀드매니저는 “싱가포르는 매우 작은 도시국가다”라면서 “싱가포르인들에게 쇼핑은 가장 좋아하는 오락거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단 몇 분 거리에 쇼핑몰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쇼핑몰 운영자들이 지난 몇 년간 과잉 확장을 한 이후 운영을 축소할 만큼 싱가포르에는 상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미 싱가포르에 진출한 경쟁업체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도 문제다. 아마존은 일본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반면 동남아에서는 진출 초기 단계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알리바바는 작년 4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라자다의 지분 53%를 10억 달러(약 1조1367억원)에 인수했고, 올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83%까지 확대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나우를 통해 수만 개의 제품을 취급하는 반면 라자다의 경우 3000만 개를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 순 방문자 수를 따져봐도 라자다를 손에 넣은 알리바바가 8월 기준 98만8000명을 확보해 싱가포르 1위를 달리고 있고, 아마존은 그 뒤를 이었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동남아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구글과 테마섹홀딩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8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쇼핑 선호 문화가 강하지만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산업은 여전히 커다란 잠재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알렉시스 란테르니에르 라자다 싱가포르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인 5명 중 3명이 온라인쇼핑을 하는 만큼 우리는 전자상거래가 싱가포르 소매업의 미래 방향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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