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영화판, 세상판] 북한 핵 실험 위기의 시대에 있어 영화는?

입력 2017-09-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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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ar 관련 좌담. 오동진씨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국제 정치에 관한 한 전문가급이라 불리는 친구와 요즘 나누는 대화는 단연 북한의 핵 문제이다. 세상에,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리라고는 평소라면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한반도에서 핵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아?!”

그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답한다. “다 죽자고 한다면 터뜨리겠지. 그러나 그러지는 않을 거야. 다만 국지적인 전쟁 가능성은 높아. 예를 들어 북이 연평도를 점령하겠다고 치고 들어오는 것? 그것만 해도 심각한 상태지. 그러니 지금 전쟁 위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여. 적어도 우리 세대가 끝날 때까지 평화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아.”

“알 카에다나 IS 등 대(對)중동전에서 사용했던 표적 미사일 시스템(Surgical Strike)으로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은?”

“그것도 안 될 거야. 북한이 워낙 이동식 미사일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쏘니까. 그걸 따라잡기는 힘들어.”

“사드(THAAD)는?”

“이미 너무 늦어.”

“근데 중국도 북한을 어쩌지 못하는 거야?”

“시진핑은 지금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 때문에 정신이 없어. 그는 미국도, 북한도, 일본도, 우리 남한도 가만히 있기를 원해. 현상 유지. 그래서 안 움직여.”

그러면서 이 친구는 거꾸로 내게 질문을 한다. “영화계는 어때? 요즘 영비법(영화와 비디오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가 한창인 것 같던데.” 허허, 영화라. 핵전쟁 위기의 시대에 영화라.

어쩌면 다시 한번 이 땅에 해묵은 논쟁이 벌어지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목숨을 지키는 것(안보)이 먼저냐 아니면 인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먼저냐 하는 것 등등. 무엇보다 이럴 때 과연 영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영화가 세상의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가당찮은’ 생각과 신념을 잃은 지는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야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인류를 말살하는 핵전쟁만큼은 반대할 수 있도록 같은 생각을 공유하게 해 왔다는 데는 일정한 자부심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들 요즘 같아서는 영 북한의 핵실험 사태와 영화 배급사와 극장 간 수직계열화 문제 혹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양립시키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아예 입도 뻥긋하기가 쉽지가 않다. 실제로 모든 언론들이 영화산업 내의 시급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과연 이런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쩌면 영화는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곧 극단화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선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자칫 극우주의자들(=파시스트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영화 속에 해답이 담겨 있을 때가 많다. 멀리는 하퍼 리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그레고리 펙 주연의 1962년작 ‘앵무새 죽이기’ 같은 것. 모두가 어떤 흑인 청년을 백인 처녀의 강간범으로 몰아갈 때 정의의 원칙을 세우려 했던 한 변호사의 용기를 그려낸 이야기이다.

가깝게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2015년작 ‘스파이 브릿지’ 같은 작품도 있다. 극한의 냉전 시대에 당시 소련 스파이를 법과 인권의 원칙하에 변호함으로써 오히려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 낸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지금의 시대에 진실로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아닐 수 없다. 하여, 지금 영화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것이다. 궁극적으로 그건 세상의 평화를 회복하는 데 빼어난 역할을 해 낼 것이다. 영화는 시대를 위해 할 일이 많다. 언제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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