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길 가는 삼성] 신경영 전도사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시스템 경영’ 시험대

입력 2017-08-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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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현안 토론 의사 결정 ‘비상경영 시스템’ 구축 시급

“신경영도 위기에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진짜 위기입니다.”

‘삼성 신경영’ 전도사로 잘 알려진 고인수 전 삼성 인력개발원 부원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위기’란 단어를 수차례 꺼냈다. 고 전 부원장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후 신경영 실천사무국장으로 그룹 내 신경영을 전파하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킨 신경영 선언도 결국 오너(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며 “오너 부재가 장기화하는 것은 결국 엄청난 위기 상황이란 얘기”라고 했다.

삼성 역사 79년 가운데 오너가 경영 일선을 떠난 적은 거의 없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특검 조사로 자리를 비웠을 때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시장 개척 임무 맡았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에는 이 부회장이 총수 역할을 대신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모두 경영 일선에 없는 ‘리더십 부재’는 삼성으로선 ‘가보지 못한 길’이다.

삼성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된 후 계열사 각자도생 체제를 이어왔다. 그룹 맏형 삼성전자의 경우, 등기 임원이 참석하는 사내 경영위원회와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등 부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이 이뤄졌다.

다만 시스템으로 오너의 장기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사내경영위원회는 올 상반기 2차례만 열렸다. 지난해 상반기에 4차례 열린 데 비하면 횟수가 크게 줄었다. 논의 내용도 기존 사업에 대한 추가 판단에 그쳤다. 전문경영인이 수조 원대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져버린 것도 문제다. 62개 계열사, 연 매출 300조 원, 임직원 50만 명에 달하는 기업집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주체가 없다. 이에 그룹 현안을 토론하고 의사를 결정할 ‘비상경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인수 전 부원장은 “그동안 삼성은 고비 때마다 이를 잘 넘겼다”며 “이번에도 임직원은 사명감으로 맡은 일에 더 열심히 매진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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