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박사의 골프장 경영학]골프장 대표는 ‘왜’ 전략가가 되어야 하는가

입력 2017-08-19 07:02수정 2017-08-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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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경쟁상대는 동종업계 골프장이 아니라 바로 고객의 니즈’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
“볼을 점잖게 치게 하는 데 숨이 막혔다.” 2004년 인천 영종도에 스카이72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첫 삽을 뜬 김영재 사장이 당시 골프장 관행에 대해 늘 느끼던 감정이었다. 골프장에 가서 악천후로 라운드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첫 홀만 밟으면 18홀 그린피를 다 내야하고, 아무리 무더운 여름 날씨라 하더라도 반바지는 어림도 없었다.

흡연에 대해 관대했던 당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코스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양복을 입고 오지 않은 회원제 골프장 고객의 경우 프런트에서 주는 다 구겨지고 추레한 양복을 받아 입고 락커까지 가서 골프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

골프가 ‘접대와 사교’였기에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골프는 권위적이고, 속된 말로 ‘가오’를 잡아야 하는 것이며, 이렇게 하는 게 품위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당시 골프계 소수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 놓은 마초적이고, 저급한 관행이었다. 근본적으로 골프의 본질을 잘 못 이해한 탓이다. 권위적인 골프장은 대다수 골퍼들이 골프에서 느껴야 하는 진정한 ‘재미’를 박탈했다.

그 시절 골프장은 골프의 재미를 거세했다. 재미를 못 느끼는 고객들은 당연히 김 사장처럼 숨이 막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본인 사망 외에는 부킹 취소는 절대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 말이 골퍼들 사이에 지금까지도 회자되게 만든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김영재 사장은 이처럼 기존의 권위적인 골프장이 만들어 놓은 판을 거부했다. 그는 골프의 본질을 ‘경기’라고 정의했다. 경기에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자신이 골프의 진정한 재미를 찾고, 즐기고 싶었던 것처럼 거세된 골프의 재미를 골퍼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골프를 골프장의 관점이 아니라 골퍼, 고객의 관점으로 봤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확 바꾼 것이다. 골프장의 ‘판’을 갈아엎었다. 고객이 골프장의 주인이 되는, “모든 골퍼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골프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전 세계 골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던 그가 세상에 내 놓은 야심작이 바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다. 세상에서 가장 핫한 골프장이 내건 슬로건은 ‘Discover fun in golf(골프의 즐거움을 찾자)’다. 이 네 단어 속에 그의 골프에 대한 철학과 경영신념, 스카이72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처럼 김 사장은 본질을 통찰하고, 그 본질을 고객에게 찾아 주는 데서 사업전략을 수립했다. ‘우리 골퍼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얼까?’ 하는 이 생각이 바로 레드오션이었던 당시 골프장 업계의 판을 뒤엎게 할 수 있는 결정적 통찰을 제공했다. 이 같은 ‘생각의 깊이’가 스카이72를 대한민국 최고의 골프장을 넘어 세계적인 골프장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나는 이런 골프장을 만들겠다. 우리 골프장은 앞으로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분명히 말한 그가 바로 진정한 ‘리더’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결정과 전략에 대한 책임은 오너 혹은 리더에게 있기에. 이런 결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여전히 장기적으로 유효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 사장은 그저 그런 골프장을 만든 많은 이들 중의 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스카이72에 새로운 전략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해 준 올바른 리더이며, 전략가다. 전략가가 되는 것이 리더십의 출발점이란 걸 김 사장은 결과로 보여 주고 있다. 전략은 결코 아웃소싱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골프장 오너나 사장들이 ‘리더는 전략가’란 걸 분명히 이해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자릿값을 할 수 있다. 이 점이 아직도 골프장을 자신의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오너나, 직원들이 올리는 서류에 결재나 하면 된다는 경영자들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이다.

▲김영재 사장이 지난해 가진 스카이72 비전전략수립 워크숍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사는 신경 안 쓴다. 고객이 제일 무섭다”는 김 사장. 2005년 7월 하늘코스 오픈을 시작으로 9월에 레이크코스와 링크스코스(현 클래식코스) 오픈, 10월 29일 오션코스가 오픈되면서 72홀이 완성됐다. 그 다음해 1월에 사명을 현재의 스카이72로 바꾼 김 사장은 고객서비스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경영컨설팅 전문회사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일부 규모 큰 리조트회사가 모니터링 형태의 제한된 컨설팅을 받는 곳이 있었지만 단일 골프장이 경영컨설팅을 스스로 자처해서 받는 곳은 없었다. 신생 골프장이 고객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고객만족경영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사실은 대기업을 주로 상대하던 컨설턴트들에게 굉장히 낯설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컨설팅은 그 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는 왜 컨설팅을 받은 것일까? 김 사장은 그의 경쟁상대를 동종업계 골프장이 아니라 바로 고객의 욕망이라고 꿰뚫어 본 것이다. 하루하루, 해가 갈수록 변화를 거듭하는 고객의 욕망과 경쟁을 하겠다는 경영자 입장에서 매일 몇 천 명씩 오는 고객은 분명 무서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는 자신과 회사의 미래를 ‘고객’에게 다 걸고 있다. 이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 절대 절명의 사실이다.

2016년 3월 11일 그 자신이 직원들과 함께 참여한 스카이72 비전전략수립 워크숍에서 비전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 받는 골프장으로 도출했고, ‘우리의 미래는 ‘당신입니다’를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12대 전략과제와 72개의 실행과제도 수립했다. 자신들의 미래가 고객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필자는 이보다 더 절박하고, 간절하게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떤 골프장인지를 간결하게 나타낸 주장을 보지 못했다. 자신들이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를 잘 아는 리더와 회사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내리는 결정에 따라 결정된다’. 장폴 사르트르의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평생에 걸쳐 우리가 누구인지 결정한다는 말이다. 개인이나 기업은 정체성이나 의미, 세상에 당신과 같은 골프장이 왜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고 찾아 가야 한다. 김 사장은 기존 골프장이 골프의 본질을 ‘접대’와 ‘사교’로 본 것과 다르게 골프는 ‘경기’와 ‘재미’라는 관점으로 해석하고, 스카이72의 존재 이유는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고 그 목적을 분명히 했다. 고객이 자신들의 미래라는 점을 견고하게 인식하고 결정했다. 리더로서 김 사장은 골퍼들에게 이 사회에 스카이72같은 중요한 골프장을 선사했다. 전략가로서 그는 차별화된 의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스스로 묻는다. ‘만약 오늘 세상에서 스카이72가 사라진다면 나는 얼마나 스카이72를 그리워하고, 필요로 할까?’ 나는 답한다. ‘아마도 그건 내게 엄청난 재앙이며, 손해야’라고. 골퍼의 니즈를 만족시켜 준 그런 골프장을 찾느라 나는 무척 긴 시간을 헤맬 거고, 그리고 오랜 시간 깊이 그리워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고객들이 엄청나게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스카이72는 더 이상 일개 법인체가 아니다. 골퍼에게 재미와 축복을 준, 오랜 시간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사회적 자산’이다. 이기동 박사/기업컨설팅 전문가, 골디락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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