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단비’에도… 건설사는 ‘불안 불안’

입력 2017-08-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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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90억 달러로 크게 늘었지만 총수주액 3% 증가에 그쳐…국제유가 등 불확실성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낭보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올 초부터 이어진 초대형 프로젝트 잭팟으로 작년보다 나은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제유가 등 각종 불확실성에 올해 수주 시장도 크게 낙관하긴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은 잇따라 해외 건설 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냈다. 대우건설(TR 조인트벤처)과 삼성엔지니어링(페트로팩 조인트벤처)은 오만 두쿰 정유설비 공사의 패키지 1, 2번을 나란히 수주했다. 총 3개 패키지 중 2개 프로젝트를 국내 건설사가 가져왔다. 두 공사의 수주 총액만 47억5000만 달러로 약 5조3000억 원이 넘는다. 이 중 두 회사의 공사 지분은 2조2000억 원이다.

앞서 SK건설도 이란에서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사업 공사를 손에 넣었다. 총 16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 사업으로 SK건설은 친환경 고부가 석유제품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설비 현대화 공사를 수행하게 된다.

지난해 ‘수주절벽’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올해 대형건설사들의 계속되는 낭보로 가뭄에 단비를 내리고 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동기(171억 달러)보다 많은 176억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억 달러에 그친 중동 수주액이 90억 달러로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에 중동에서 따낸 공사 계약까지 더하면 업계가 올해 중동 수주액으로 전망한 200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건 물론, 작년 전체 중동 수주액(107억 달러)도 훌쩍 웃돈다.

수주액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이란(52억 달러)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관계 등으로 예상과 달리 건설 산업이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건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애초 계획했다가 발주하지 못한 철도 프로젝트를 민관합작투자사업(PPP) 방식으로 추진하는 등 PPP 사업 추진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올해 전반적인 해외수주를 낙관하긴 쉽지 않다. 중동에서 잭팟이 터지는 사이 아시아와 태평양·북미,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모든 지역의 수주액이 뒷걸음질쳤다. 중동 수주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는데도, 총수주액 증가율이 3%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동 시장 전망이 밝은 것만도 아니다. 김종국 해건협 아프리카·중동실장은 “올해 GCC(사우디·카타르·UAE·쿠웨이트·오만·바레인) 건설 시장은 소폭의 국제유가 상승 전망이 있는데도, 각국 정부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혼재한다”고 말했다. 실제 GCC의 부채 규모는 2020년까지 3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실장은 “각국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일부 사업은 적극 추진되겠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2019년까지 건설 산업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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