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양질의 일자리, 민간에서도 만들자

입력 2017-07-24 10:41수정 2017-07-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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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요즘은 어딜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마무리는 일자리 문제로 귀결되는 듯하다. 오랜 불황으로 인한 민생 불안정과 청년 실업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새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약속한 81만 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이다. 하나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실상 대부분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일자리 정책이 더 빠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좋은 민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업이 인력을 충원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 성장 상승세를 타고 있거나 누가 보더라도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할 때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에 사람을 뽑을 수 있으려면 첫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어야 하고 둘째,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면 필히 사람을 더 뽑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먼저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방법은 규제 완화와 R&D(연구개발) 장려이다.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완화하고,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R&D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둘째, 기업의 성장판을 열어주는 방법은 고급 인력 양성과 자금 지원이다. R&D에 적합한 고급 인력을 집중 양성해서 그 회사에 배치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R&D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투자와 양산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정부의 능력만으로는 어려우니 정책금융기관과 일반 은행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셋째,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기업이 히든 챔피언이나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현재 세계의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EU 시장 모두 포화 상태이고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은 인도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 경제국들이다.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이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으려면 우선 대기업이 자신의 협력업체들에 동반성장 차원에서 수출 길을 열어 줘야 한다. 그리고 코트라,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같은 지원기관들이 각각 자기 특성에 맞는 기업군을 발굴해서 집중 지원하는 협업형 마케팅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해외에 포진해 있는 세계한인무역협회 OKTA(Overseas Korean Traders Associations)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수출 친구 맺기’라고 해 OKTA 회원들과 국내의 수출새싹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수출새싹기업이란 제품의 품질은 좋지만 아직 해외 수출 경험이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소규모라서 공기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작은 중소·중견기업들이다.

OKTA 회원들 중에는 고국의 물건을 가져다 팔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이들은 자신의 생업을 걸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전력투구(全力投球)하기 마련이다. 좋은 사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면 서로 윈윈(Win-Win)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민간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비어 있는 일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지금 중소기업들, 특히 지방의 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인 것이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그 이유는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얼핏 보기에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니 취업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지만,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만약 자기 자식이 취업한다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잘 찾아보면 중소·중견기업 중에 내 자식이라도 보내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아주 많다. 그런 일자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우수한 중소·중견기업을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탐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민간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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