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는 ‘비둘기’ 메시지 보냈는데 ‘매’로 해석한 시장

입력 2017-07-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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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ECB 테이퍼링 계획 공개 기대감 커져…내년 1월 테이퍼링 착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P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 20일(현지시간)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비둘기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시장은 ECB 의도와 달리 ECB가 매파적 시그널을 보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날 ECB는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제로(0.00%),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시중은행이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치금 금리 역시 마이너스(-)0.40%로 동결하고 올해 12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는 프로그램 역시 종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기자회견 내내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남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CNBC는 전했다. 경제 전망이 덜 우호적이거나 인플레이션 진전이 없다면 언제든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늘린다는 기존 방침은 통화정책위원 전원 뜻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또 “통화정책위원회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경기 회복세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원치 않는 긴축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을 끈 대목은 따로 있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가을에야 양적완화 변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 한 마디를 ECB가 올가을 양적완화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매파적’발언으로 해석했다. 이에 유로·달러 환율은 1% 넘게 올라 1.6달러대를 돌파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일찌감치 이번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ECB가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신호를 보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드라기 총재가 지난 12일 열린 ECB 포럼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은 이제 리플레이션 신호로 바뀌었다”며 기존 신중한 모습과 달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한 경기낙관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CB의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9월 초와 10월 말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르면 9월 ECB가 테이퍼링 관련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샤프릭 RBC캐피털마켓 유럽 거시경제 담당 수석 전략가는 “시장의 모든 초점이 9월로 옮겨졌다”면서 “드라기 총재가 9월7일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시장은 9월 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대해 통화정책 위원들이 논의하길 한껏 기대하고 있으며 이날 회의 결과가 이러한 기대와 전망을 바꿔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UBS의 레이너드 클러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정책위원들의 휴가가 끝나는 오는 9월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1월에 ECB가 테이퍼링에 착수해 내년 여름에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완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모두 거둬들인 후에는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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