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도 아이파크도 안돼"…콧대 높아지는 강남 재건축

입력 2017-07-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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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대우, 시공순위 7위까지 입찰 제한… 입찰보증금도 수백억원… 최상위 브랜드 유치 단지 가치 상승 노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권 아파트들이 시공사 선정의 진입장벽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입찰보증금을 수백억 원대로 올려 자금력이 있는 건설사만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를 제한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분양 자신감에 사업추진 방식을 바꾸는 등 콧대를 높이는 분위기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대우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4곳만 참여해 자동유찰됐다.

재건축사업을 일반경쟁입찰로 진행하는 경우 2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2파전이 벌어질 수 있지만, 이곳은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해 4곳이 입찰을 했는데도 유찰로 마무리됐다. 제한경쟁입찰 방식은 기본적으로 5곳 이상이 응찰해야 입찰이 성사된다. 일원대우아파트는 응찰 업체 1곳이 부족해 유찰로 끝난 것이다.

이곳은 특히 응찰 자격을 2016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7위까지로 제한했다.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들이 10위권 내로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일원대우아파트는 8~10위인 롯데건설(롯데캐슬),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 SK건설(SK뷰)에 입찰자격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강남권의 소규모 재건축 아파트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일부 중견사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문턱을 높이는 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건설사를 시공사로 정해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시장 전망이 부정적일 때 조합들이 이 같은 재건축 방식을 주로 검토한다.

그러나 일원대우의 경우 공사비가 500억 원, 아파트 규모는 184가구에 불과해 미분양 리스크보다 내로라하는 브랜드 아파트를 조성해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게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강남 재건축 사업에 달려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입찰 보증금은 수백, 수천억 원대로 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입찰 보증금은 비강남권이 최대 30억 원선, 강남권은 60억~80억 원 선이지만, 최근 입찰을 진행했던 방배5구역의 경우 40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입찰을 진행했던 신반포7차는 입찰 보증금만 무려 570억 원이었다. 자금력이 있는 건설사만 사업에 들어오라는 뜻이다.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입찰보증금도 1500억 원에 달한다. 입찰자격에는 도급순위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컨소시엄 도급을 불허하고 단독 참여만 가능하게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 싸움이 벌어지지만, 조합들은 그중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결과와 단지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위권 건설사가 사업에 들어오길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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