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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깨지지 않는 증권업계 유리천장
입력 2017-07-17 10:48
유혜은 자본시장부 기자

창사 최초 여성 상무 탄생, 최초 여성 지점장 발령, 창립 이래 최초 여성 홍보실장 채용….

증권업계에서는 ‘최초’와 ‘여성’이란 단어가 함께 쓰이면 기삿거리가 된다. 우리 사회의 어느 곳이든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존재하지만, 이곳의 천장은 훨씬 두텁고 높다. 막연한 심리적인 절벽이 아닌 수치가 말해 주는 사실이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대상 증권사의 임원 총 412명 중 고작 8명이다. 여성 임원이 전혀 없는 증권사도 4곳이나 됐다. 한국 자본 시장의 중심이라는 한국거래소 역시 현재 ‘최초의 여성 임원’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사 전체 직원을 놓고 보면 여성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남녀 비율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임원이 100명이라면 그중 여성은 2명이 될까 말까이다. 최근에는 증권사에 입사한 여성 직원이 임원까지 오를 확률이 0.1% 미만이란 조사도 나왔다.

임원에게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기업금융(IB) 부문 여성 인력 비중은 10%대에 그쳤다. 반면, 위탁매매 부문의 여성 비율은 40%대로 나타났다. 특정 업무의 ‘성별 가려 받기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증권업계의 일부 남성들이 꼽는 여성의 강점은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전화 업무를 잘 처리하는 것 정도였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는 공치사(空致辭)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은 성과 내기 좋은 요직에서 멀어진다. 승진 역시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다.

금융권의 기업 문화가 본래 남성 중심이라고 변명하지만, 증권업계는 유독 도드라진다. 은행의 여성 임원 비중이 4%를 넘고, 신용카드사의 여성 임원이 3%대이지만, 증권사는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하나같이 한 자릿수란 점에서는 부끄러울 정도의 ‘도토리 키 재기’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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