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사절” 콧대 높던 아베크롬비 결국…

입력 2017-07-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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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비치우드에 있는 아베크롬프&피치 매장 전경. 사진=AP뉴시스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A&F·이하 아베크롬비)가 매각 절차 중단을 선언했다.

아베크롬비는 10일(현지시간) 더는 매각 대상자를 물색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매각 협상을 백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이 아닌 독자 생존의 길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이야기다.

아서 마르티네즈 아베크롬비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들을 위한 회사 가치를 강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기존 우리 사업 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즈 회장은 산하 브랜드인 홀리스터 사업이 모멘텀을 보이고 있으며 아베크롬비 브랜드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전략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절차 중단 소식에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매각 중단 발표에 이 회사의 주가는 21% 넘게 폭락했다. 회사 주가는 2007년 고점에서 9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매각설이 처음 돌았던 지난 5월 아베크롬비의 주가는 시장의 기대감에 힘입어 12% 급등했었다. 그간 경쟁업체 아메리칸이글이 사모펀드 서버러스와 손잡고 아베크롬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설이 있었고, 또다른 사모펀드 시카모어파트너스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매각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 가치 등 조건 등이 맞지 않아 협상은 무산됐다.

투자자들은 아베크롬비의 자발적인 매각 중단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CNBC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쇼핑으로 소비자들의 의류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의류유통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아베크롬비의 매각 실패는 업계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크롬비는 한때 미국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이틴 브랜드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SPA 브랜드의 급부상과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온라인 쇼핑 급증 등의 이유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온라인몰 대응에 실패하면서 회사 매출은 4년 연속 감소했으며 지난 5월 말에 발표한 분기 실적도 최종 적자였다. 이에 주요 타깃을 청소년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옮기고 다양한 스타일을 내세워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에서 전환에 나섰지만 핵심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아베크롬비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마이크 제프리스 전 CEO가 “아베크롬비는 쿨하고 잘생긴 사람들에게 마케팅한다”는 외모차별적 발언을 하고, 10 이상의 사이즈는 만들지 않아 뚱뚱한 여성이 매장에 오는 걸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는 등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이날 갭(Gap), 아메리칸이글 아웃피터스, 익스프레스 등 관련주도 아베크롬비와 동반 하락하며 4%대 급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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