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세안] 주력 생산거점으로, 소비시장으로… ‘IT 코리아’ 전진기지

입력 2017-07-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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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IT기업 동남아 공략

▲태국 방콕 중심지 시암역 근처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eugene@

태국 방콕의 중심지 시암역에 위치한 대형 쇼핑센터에 가보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커다란 삼성전자 매장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갤럭시S8’을 비롯해 ‘기어VR’와 다양한 가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태국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직접 삼성전자 제품을 체험하고 구입한다. 근처 쇼핑센터로 이동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월 태국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호주,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 진출 국가다. 태국 정부는 현재 디지털 이코노미, 화폐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해 스타트업과 핀테크 산업을 적극 육성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소규모 상점용 체크카드 결제 단말기 보급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태국법인 IM부문담당 위차이 폰프라탕 상무는 “삼성 페이 출시를 통해 태국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이나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7년 FTA 발효 당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아세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위였으나 지금은 중국에 이은 2위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아세안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브루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10개국이다.

태국이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아세안 진출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면, 터줏대감은 베트남이다. 현재 아세안 국가 중에 베트남 수출 비중은 무려 43.8%(327억 달러)로 가장 높다. 베트남의 경우 우리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은 무선통신기기부품, 집적회로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인쇄회로 순이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전자업체들이 현지에 투자한 자회사가 조달한다. 베트남 시장이 안정적인 데다 성장성이 높고, 양질의 노동력을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은 올해까지 현지에서의 고용 인력을 현재 13만7000명 수준에서 15만 명으로 확대하고 매출을 5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말 대비 고용은 9.4%, 매출은 25% 증가한 수준이다.

1995년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2009년 북부 지역인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폰 생산 공장을 지으며 베트남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2014년에는 하노이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도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설립했고,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서 TV와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는 3억 원을 들여 하노이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연구개발(R&D)센터도 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4년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있는 휴대폰 공장 잔여 부지에 생산 시설을 세우고 2015년부터 가동, 모바일용 OLED를 생산,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에 공급해왔다.

LG그룹 역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4월 베트남 하이퐁시에 OLED 모듈 조립 공장을 설립한 LG디스플레이는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가 베트남 OLED 공장에 투자하는 액수는 총 1조 원 수준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만 OLED 패널과 모듈을 생산해왔지만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어 베트남을 새로운 허브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LG전자도 2015년 하이퐁시에 공장을 건설, 휴대폰, 세탁기, 청소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물량은 베트남 내수 공급 및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된다. LG이노텍은 26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공장을 올해 4분기까지 설립, 카메라모듈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기술 경쟁뿐만 아니라 원가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LS 대회의실에서 이광우 ㈜LS 부회장(좌)이 판 아잉 선 인민원조조정회(파콤) 대표로부터 베트남 사회공헌 우수기업 표창장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LS그룹도 베트남 공략에 적극적이다. LS엠트론은 올 초 베트남 자동차 1위 업체인 타코사와 농기계 공급·생산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동남아 농기계 시장에 진출했다. LS엠트론은 이번 협약에 따라 베트남 현지 지형과 농업 특성에 맞는 30∼50마력의 맞춤형 트랙터를 개발·공급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베트남을 거점으로 삼아 그동안 일본 업체가 선점해 오던 동남아 농기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LS그룹은 1990년대 처음 베트남에 진출해 전력·통신케이블 분야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이에 최근 베트남 정부 산하 기구인 베트남친선협력협회로부터 사회공헌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지리적인 요인 등 다양한 장점이 많아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며 “베트남을 거점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세안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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