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일본] “국가 생존 문제”… 日 정부‘생산성 높이기’ 팔 걷어

입력 2017-06-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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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에는 30% 줄고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은 40%… 제도 개선하고 여성·고령층 취업 권장

장기 디플레이션과 약한 경제성장 등 ‘잃어버린 20년’을 거친 일본. 1억 명이 넘는 내수시장은 빈사 상태의 일본 경제에 마지막 구명줄이었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으로 인구가 꾸준히 줄면서 일본은 이른바 ‘인구절벽’에 직면, 국가로서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졌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정책 대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4월 발표한 최신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점 일본 인구는 외국인까지 포함해 총 1억2693만3000명으로, 6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인구가 사상 최대치였던 2008년과 비교하면 무려 110만 명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사망자 수에서 출생자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는 통계를 시작한 1950년 이후 가장 많은 29만6000명에 달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3%로, 2차 세계대전 후의 혼란기였던 1951년의 60.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반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중은 27%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 구조와 관련된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는 4월 초 보고서에서 출산율이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2053년에 인구가 1억 명 밑으로 줄어들고 2065년에는 인구가 2015년 대비 30% 감소한 8808만 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은 50년간 무려 40%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50년 뒤에는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8%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인구 5명 중 2명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현재 일본은 20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 2.1명당 1명의 노인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2065년에는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되는 사회가 된다. 사회보장 부담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저출산 대책과 사회보장제도 개선, 여성과 고령층 취업 권장 등 인구절벽 탈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도 재택근무와 외국 인재 채용, 주4일 근무제 도입 등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고자 갖가지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다. 이미 건설과 교통, 의료 등의 분야에서 유효구인배율이 3배를 넘고 있다. 사람 한 명당 구인기업이 3곳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대로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산업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과감한 생산성 향상과 혁신이 절실한 이유다.

의료와 양로 분야에서는 정보기술(IT)의 활용이나 간호로봇의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뇌졸중 등으로 쓰러진 환자나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의 주행을 돕는 시스템 임대 서비스를 시작해 재활용 로봇 상용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고령화 여파로 일본의 자동차 판매는 2013~16년 8.5% 감소했다. 이에 도요타는 늘어나는 노인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로봇으로도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물류업체들도 일부 서비스 폐지 등 일손 부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일하면서 가계 경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육아가 가능한 환경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 출산율도 상승해 생산가능인구도 감소 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베 정부는 대기아동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리는 아동들이 늘면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출산을 제한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약 73%인 25~44세 여성 취업률이 오는 2019년에 80%를 넘도록 어린이집 정원을 늘리고 남성 육아휴직을 추진한다.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은 보육과 유아교육 무상화를 위해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는 이른바 ‘어린이 보험’도 추진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확실하지 않지만 여성의 노동 참여를 위해서라면 대담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령자 취업을 확대하려는 목적에 정년을 인상하거나 배우자 공제를 축소해 전업주부를 최대한 줄이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도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생산성본부는 2015년 기준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7만4315달러(약 8442만 원)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현재 속도로 인구가 줄면서 생산성도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는 204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고착화된다. 반대로 2040년 이후에도 경제성장률을 1.5~2.0%로 유지하려면 1억 명 인구를 유지하고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일본이 G7 내 최고인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지금보다 생산성을 1.6배 높여야 한다.

한국 등 고령화의 덫에 빠진 다른 국가들은 인구절벽에 직면한 일본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이들 국가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지 판가름날 시간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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