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장하성, 1세대 재벌개혁 운동가에서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로

입력 2017-06-20 10:43수정 2017-06-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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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한 경제학자…김상조와 개혁 투톱 ‘기대半 우려半’

▲장하성 정책실장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자리 추경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주의의 대안이 없다면 고쳐 쓰자.”

이 말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지론이다. 장 실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을 실행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없던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데는 ‘개혁적 성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며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파고든 그의 면면을 살펴봤다.

장 실장은 ‘제도개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1세대 재벌개혁 운동가 출신이다. 청와대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유능한 경제학자”라며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력 집중 완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운동을 해 온 경험과 경륜을 높이 평가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장 실장은 자신의 저서 ‘한국자본주의’를 통해 소득 재분배 정책 실패와 불평등 심화를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시장 질서,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 고용불안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장 실장은 특히 ‘재벌개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 ‘빅퀘스천 2016’ 강연에서 “신라호텔의 오너를 일반적으로 이부진 사장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장의 가족은 신라호텔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단 한 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이런 기업지배구조가 문제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소수 그룹이 경제를 장악하는 게 가장 심한 나라여서, 새로운 도전자들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장 실장은 임명 후 기자들과 만나 “두들겨 패는 재벌개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재벌을 개혁한다는 것은 새로운 강자, 새로운 성공 기업, 새 중소기업의 성공신화 같은 것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기존 재벌에 인위적·강제적 조치를 하더라도 그 빈자리를 메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줄곧 자신을 ‘한국적 자본주의자’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강연에서 강조해온 최저임금 인상, 인턴 고용 폐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비정규직 철폐 등 관련 정책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장 실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때 ‘DJ노믹스’ 입안에 참여한 것을 눈여겨 보고 2012년 대선 때 정책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안철수 진심캠프’에 들어가 안철수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이번 19대 대선 기간에도 안철수 후보를 도왔다. 때문에 ‘문재인의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거는 등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장 실장의 마음을 샀다.

특별한 ‘끈’이 없던 장 실장은 임명 직후 청와대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명 사흘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이 자리에 섰다”며 “문재인 정부의 파격적 인사에 감동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인선을 보면 조직에 충성한 사람보다는 사람에 충성한 사람을 기용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기식 민주당 전 의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같은 당 이언주 의원, 김우찬 고려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승현 고려대 언론대학원 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등 주로 학계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과 인연을 쌓았다.

관 출신과도 연이 닿아 있다. 특히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MB정부)과의 친분이 두텁다. 이들은 경기고 동기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장하성 실장이 강력히 추천했다.

특히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아 고려대 출신 경영인을 찾아다니며 기부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재계와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장 실장은 정 부회장의 은사다. 정 부회장은 1989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이듬해 고려대 조교수에 임용된 장 실장과 만나 다양한 조언을 들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2002년 6월 당시 현대차 전무였던 정 부회장은 대주주인 전장업체 본텍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모비스와 합병하려 했다. 이때 장 실장은 제자인 정 부회장에게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받기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라”며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니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말하라”고 설득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합병을 포기했다. 또 2006년 ‘글로비스 비자금 사건’ 등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 기소되는 등 현대차가 어지러웠던 때에도 정 부회장은 장 실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장 실장이 한국경제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자 재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장 실장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투톱 체제로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장 실장이 기존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개혁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장 실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재벌들에게 자발적으로 변화할 기회를 주고 진행 상황에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며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고, 칼을 빼면 칼을 쥔 사람이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떤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일으킬지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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