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푸즈는 베조스의 새로운 놀이터다?

입력 2017-06-19 09:14수정 2017-06-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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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쇼핑 경험 통해 식료품 쇼핑 시 비효율성 및 낭비 개선...성과와 별개로 R&D에 아낌 없는 투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창업자 제프 베조스(53)가 또 한번 통 큰 실험에 나섰다. 비효율성 투성이인 식료품 쇼핑 개선하기 위해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유통체인을 통째로 인수했다.

아마존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오프라인 유기농 식품 유통체인인 홀푸즈마켓을 137억 달러(약 15조 5358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식료품 유통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식품 유통에 전적으로 회사 사활을 건 베팅을 한 것이 아니라 베조스가 사람들이 식료품을 구매하는 패턴에 대해 실험을 하기 위해 홀푸즈를 사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홀푸즈가 베조스의 새로운 ‘실험대’,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4700억 달러가 넘는다. 홀푸즈 인수에 투입한 돈 137억 달러. 시총의 3%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회사의 명운을 건 베팅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NYT는 이번 홀푸즈 인수와 관련해 베조스의 실험 정신에 주목했다. 베조스의 성향상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현실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또 그가 지극히 실험주의자라고 NYT는 설명했다. 즉 홀푸즈가 아마존 입장에서는 일종의 실험용 기니피그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베조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일단 시도해보고, 이후 잘 돌아가나 확인하고, 이후에 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아마존을 키웠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 경험이 없다. 이에 홀푸즈는 베조스에게 다양한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 쇼핑이 다른 제품과 다른 특성이 있다는 것도 ‘실험대’로서 매력이다. 식료품 구매는 다른 제품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16%가 매주 주말 식료품 쇼핑에 거의 1시간을 쓴다.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쇼핑하는 것은 상당한 노동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꼼꼼히 비교해가며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이를 계산대에 일일이 올려 계산한 후 쇼핑 카트를 제자리에 두고, 구매한 물건을 집으로 가져와야 쇼핑이 끝난다. 이러한 식품 소비 과정의 비효율성은 기업의 마진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식품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다른 제품에 비해 많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식량 공급의 약 10%가 소매 과정에서 낭비되고 있다. 온라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배달 서비스는 오프라인 쇼핑보다 비싸고, 미리 주문해야 하는 등 전체 과정이 노동집약적이다. 또한 배달에 따른 패키징 등 낭비가 발생한다. 이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베조스가 식료품 구매 패턴에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실험대로 홀푸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베조스의 실험정신은 대규모 R&D 투자와 궤를 같이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4월부터 12개월간 174억 달러를 R&D 부분에 투입했다. 이는 폴크스바겐이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보다 더 많은 액수다. 베조스가 성과와 별개로 실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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