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차기 금융위원장의 자격

입력 2017-06-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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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대표적인 아이템 치킨. 중년 퇴직자 10명 중 9명이 치킨집 창업을 생각해봤을 정도로 대중적인 업종이다.

한 때 ‘치킨집 수는 그만둔 은행원 숫자와 같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아 누구나 창업에 뛰어든다.

그러다 보니 망하는 가게도 많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중 개업 후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곳이 치킨집이다.

이 기간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는데, 아직도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일 정도로 ‘치킨 열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치킨집은 창업이 쉬운 만큼 말아먹는 것도 한순간이다. 소중한 퇴직금이 밑천인데 누군들 망하고 싶었을까. 폐인은 뭘까.

주된 원인은 유행처럼 번진 ‘묻지마 창업’ 때문이다. 수년 전 유통업계를 출입하던 시절 이러한 창업 형태의 폐해에 대해 취재한 적 있다.

당시 여러 전문가와 나눈 이야기를 종합하면 치킨집 사장님들의 가장 큰 사업 실패 요인은 전문성 부재였다.

치킨집을 창업하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부터 고민해 본 후, 시장 트렌드와 상권 분석은 물론 브랜드 충성도, 주민들의 성향(입맛)까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십중팔구 몇 년 새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자.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개 부처 중 11곳의 장관 인선을 마쳤다. 예상대로 인사검증 절차는 순조롭지 못하다.

새 정권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려면 어디 하나 급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를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이렇게 장시간 비워두어도 되는지 의아하다.

가계부채는 조만간 14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그동안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8월 중 대책 마련을 지시할 정도로 모든 사안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환원에 더해 신(新) 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원장 인선에 있어 시급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전문성이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온통 규제만 강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면서 내수 경기 부양을 관통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금융가에선 금융위원장 자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 안정을 우선 고려하고 금융 정책에 정통한 관료가 제격이라는 쪽과 과거 실패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개혁할 민간 출신의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세간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광석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제3의 인물도 거론된다.

차기 금융위원장의 최대 임무는 ‘가계 빚’을 해결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연결된 기업 구조조정도 무난하게 이끌어내야 한다.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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