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google’을 지켜야했나

입력 2017-05-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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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구글링’.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할 때 ‘구글링(googling)’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그만큼 전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구글(google)’이란 단어가 흔히 쓰이면서 구글(알파벳 자회사)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상표의 주인이면서 정작 그 상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구글은 이런 고민이 더이상 필요없게 됐다. 미국 법원이 검색엔진 구글은 고유명사이며 아직 보통명사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고등법원은 16일(현지시간) 구글의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검색엔진 구글은 보통명사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표로 보호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표는 상품 이름이나 서비스 이름, 회사 이름이 해당 상표 회사가 제공하는 것이라는 걸 소비자가 식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상표가 일반적으로 사용돼 해당 회사의 상품이 아니라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이나 서비스 전체를 가리키는 것처럼 인식이 되면 보통명사화한 것으로 간주돼 상표권이 소멸되기도 한다. 구글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상표권 전쟁을 치른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였다.

구글은 2006년부터 상표권 전쟁을 벌여왔다. 당시 구글은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에 ‘구글’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주의 공문을 보냈다. 일상 생활에서는 물론 영화 대사에서까지 구글이란 단어가 쓰이다보니 훗날 상표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한 마디로, 회사 이름치고는 너무 흔하다는 게 문제였던 것.

그무렵 구글은 창업한지 불과 8년 만에 미국 내 검색시장 점유율 50%를 돌파하는 등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기치못한 함정이 있었다. 구글이란 표현이 너무 흔히 쓰이다보니 상표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야후나 MSN 등 다른 검색 포털들과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브랜드 파워를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자칫 구글이라는 상표권이 소멸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보통명사화하면 광고주들도 다 떨어져나갈 게 뻔했다.

구글은 브랜드를 사수하기 위해 타사의 검색 서비스에서까지 구글이라고 표현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왜냐하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회사의 것과 식별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표에 관한 세계적인 통념이며,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사라진 브랜드도 허다했다. ‘에스컬레이터’, ‘셀로판’, ‘비키니’, ‘요요’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유사 제품이 난립하면서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잃고 상표를 박탈당하는 쓰라림을 맛봤다. 19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요요의 경우, 미국 내 판매 점유율이 85%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유사품이 속출하면서 결국 상표권을 잃었고 요요 제조사인 던컨은 1965년에 어이없게 파산했다. ‘온리 원(only one)’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추락한 것이 직격탄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상표권을 잃으면 ‘Google searches’나 ‘Googling.com’ 등 유사 검색 서비스가 인터넷에 넘쳐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관리에 정통한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앤서니 콕스 교수는 “구글이란 고유 브랜드를 잃게 되면 광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종을 울린다. 이는 매출의 거의 99%를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구글에는 치명적인 것이다. 그동안은 “내가 진짜 구글이다”라는 매력 때문에 광고주들이 구글에 고액의 광고비를 쏟아왔는데, 구글 뺨 치는 검색 서비스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나도 구글이다”라며 저비용 광고 공간을 제공하면 광고주들이 그쪽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979년 출시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 소니도 이런 사태로 인해 긴장했다. 2002년 오스트리아 대법원은 판매자가 소니 이외의 상품도 ‘워크맨’으로 판매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판결의 바탕이 된 건 독일어 사전에 워크맨이 보통명사로 실려있던 탓이었다. 소니 외에 코카콜라와 제록스, 페덱스 등 미국 대기업 등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었다.

물론 이번 판결에 대한 반박 의견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구글의 상표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는 “검색한다는 의미로 ‘구글’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며 “보통명사화했기 때문에 상표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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