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오직 나만을 위한 사소한 사치”… '1코노미' 시장 쑥쑥

입력 2017-05-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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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지도 새로 그리는 나홀로족

혼술·혼밥이라는 용어가 식상할 만큼 1인 가구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38만 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15년 500만을 돌파했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유형에서 2015년 이미 27%를 넘어섰다. 주변인 10명 중 3명 가까운 사람이 혼사 산다는 얘기다. 꾸준히 늘어나는 1인 가구는 2045년 36.3%를 보이며 ‘부부 가구’(21.2%)와 ‘부부+자녀 가구’(15.9%)의 비중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1인 가구는 크게 둘로 나뉜다. 중년층 이상의 비자발적 1인 가구와 자발적 싱글라이프를 택하는 젊은층이다. 물론 젊은 나홀로족(族)에도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비(非)삼포’가 혼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인물의 고독하면서도 번듯하고 구속없는 삶을 택하거나, 미드(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잘 나가는 4명의 언니들처럼 자유로운 연애와 화려한 쇼핑을 위해 혼자만의 삶을 자처한다. 이들은 산업계의 지도를 재편하거나 왕성한 구매력으로 유통·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며 아낌없이 지출하는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 ‘나 혼자 개랑 사는’ 1인 가구 =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지출 규모는 1인 가구가 2인 가구보다 69% 가량 크다.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반려동물 관련 소비는 2인 가구 부부 합산 소비보다 크다. 가족처럼 반려동물을 아낀다는 뜻의 ‘펫팸(pet+family)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 이미 오래고, 이들의 아낌없는 투자에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의 파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동물복지 지원시설 도입방안’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연간 1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 사료를 포함한 반려동물 관련 용품 매출 규모는 2014년 기준 연 3850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3년간 1000억 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려동물 수의업 매출액은 3549억 원에서 6551억 원으로 성장했고, 장묘보호서비스업도 167억 원에서 338억 원으로 확대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반려동물 관련 지출규모는 지난해 전국 기준 월 4587원. 1인 가구는 2012년 2395원에서 지난해 3775원으로 58% 가량 지출을 늘렸다. 특히 업계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펫산업이 군침도는 황금업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는 2020년까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은 받는 품목 5위에 반려동물산업을 올려놨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1인 가구,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외롭거나 가족이 필요해 반려동물을 보유하는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1조8000억 원 수준인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0년 6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려동물이 단순히 사육의 대상이 아닌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동반자인 만큼 투자가치가 커진다는 얘기다.

△ 유통시장 다시 그리는 1인 가구 = 1인 가구의 증가는 반려동물 산업뿐만 아니라 소형가전·침구, 음식 등 유통업계 지도를 재편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자체 간편가정식 브랜드인 ‘피코크’를 AK플라자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판로는 이미 확보했지만, 신세계의 벽을 넘어 외부 오프라인 채널에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혼술·혼밥, 1인 가구 증가 등의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덕이다. 실제 피코크는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인 뒤 3년 연속 40% 이상 매출이 늘었다. 2013년 340억 원의 매출액을 보인 이후 3년 만에 5배가 넘는 19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상품 수는 200종에서 1000종으로 5배 늘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피코크 브랜드의 상품 수와 오프라인 채널은 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과 LG전자로 대표되는 전자시장에서 동부대우전자도 1인 가구용 가전제품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다. 국내에서 유일한 3kg 벽걸이 드럼세탁기, 6kg 전자동 세탁기 등 소형세탁기로 1인 가구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 역시 맞벌이 부부 위주의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가 성장의 배경이다. 회사는 앞으로 지속적인 개발로 초소형가전 시장을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1인 가구 증가추세에 지난해 국내 편의점 업계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20% 가량 증가하며 20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편의점 도입 27년 만이다. 편의점업계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1인 가구 증가에 2030년까지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인해 소매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로 소량판매 위주의 편의점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60조 원이었던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20년 120조 원으로 확대된다. 2030년엔 194조 원으로 성장해 4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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