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리아 패싱, 한국의 존재감

입력 2017-04-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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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부 기자

별다를 게 없어 보였던 인터뷰 기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 강세 경계 발언이 12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처음 나왔던 것도 아니었고, 사실상 미·중 정상회담이 나름 화기애애하게 끝난 터라 “중국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폭탄 발언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뷰 발췌본이 최근 공개되면서 한국은 뒷목을 잡아야 했다.

뒤늦게 공개된 인터뷰 발췌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뒷얘기를 하면서 “중국과 한국의 수천 년 역사와 많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더라”라고 말했다고 나왔다. 이 발언으로 트럼프의 역사 인식 부족에 대한 비판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북공정 속내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 자체가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작아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긴장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정작 북핵 문제 논의에 ‘왕따’ 아닌 왕따가 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모종의 합의’를 한 후 한목소리로 북한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이고, 한국이 국정 공백에 빠진 사이 북핵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김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유사시 주한 일본인 대피 가이드라인을 검토한다며 한반도 위기론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은 대선에 열을 올리느라 북핵 문제는 뒷전이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느닷없는 북한 주적 논쟁과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이 대선 정국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소모적인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만큼 대선 후보들이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한 표심 잡기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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