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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복병 ‘美 WD’…“도시바 반도체 매각 안돼” 억지 생떼
입력 2017-04-21 08:46   수정 2017-04-21 10:20
“분사는 계약 위반·우리와 독점 협상해야”…SK 최태원 회장, 24일 일본 방문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 인수전이 SK하이닉스와 대만 혼하이정밀공업, 미국 브로드컴 등 3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WD의 마크 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시바가 타사에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인수 관련 독점 협상을 요구했다. WD 고위 임원이 취재에 응한 것은 지난해 말 도시바가 미국 원전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입찰 절차는 도시바 측이 금액 인상을 노린 것이며, 다른 응찰 기업들도 단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타사에 메모리 사업을 팔면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시바는 우리와의 합작 계약에 따라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WD는 지난해 5월 170억 달러(약 19조3460억 원)에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샌디스크와 도시바가 맺은 반도체 메모리 주력공장인 일본 욧카이치공장 공동 운영 합작 계약도 승계했다. WD는 샌디스크 시대를 포함해 도시바와 17년째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도시바는 이렇게 이해관계가 깊은 WD의 양해를 얻지 못하면 메모리 자회사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WD는 9일자로 보낸 의견서에서 “도시바가 지난 1일 우리의 동의를 얻지 않고 메모리 사업을 분사시켜 도시바메모리를 설립한 것은 심각한 합작 계약 위반”이라며 “또 우리와의 합작사 지분을 도시바메모리로 이전한 것도 중대한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으며 인수를 시도하는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경영기밀과 기술 유출 우려를 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롱 CFO는 의견서에 있던 법적조치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할 의향은 없다”며 “긴 시간을 들여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 정부가 이번 주 도시바 메모리 사업 매각 문제를 논의했다”며 “장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바가 WD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인수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서 자본잠식에 빠진 모회사를 살린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17년간 주력 공장을 운영하면서 생산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존공영 관계를 구축한 WD의 의향을 무시할 수도 없어 도시바는 진퇴양난에 놓이게 됐다.

SK하이닉스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4일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을 만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한국 3위 재벌 기업 회장이 인수·합병(M&A) 성사를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이 이례적이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도시바의 욧카이치공장에 대한 투자와 고용 승계 방침을 설명하고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등과의 연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며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와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은 무려 3조 엔에 달하는 인수가를 제시한 것은 물론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 불안을 달래고자 지난해 인수했던 샤프, 로봇 페퍼 등으로 협력하는 소프트뱅크와 연합군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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