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기후변화와 지진, 노후화…댐 안전 강화해야

입력 2017-04-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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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오로빌(Oroville) 댐이 붕괴 위기를 맞아 19만여 명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여수로(餘水路)가 일부 파손되면서 수위 조절에 실패해 댐이 붕괴될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다행히 큰 위기는 넘겼지만, 자칫하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댐은 평소에 많은 물을 가둬 놓고 있기 때문에 댐이 붕괴되면 하류에 대규모 수몰 피해가 발생한다. 2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 사상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1975년 중국 반차오(板橋) 댐 사례에서 보듯, 댐 붕괴 사고의 결과는 국가 재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또한 댐이 수원(水原) 기능을 상실하면 수돗물 공급이 어려워져 사회적 혼란과 함께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수반된다. 지구촌의 댐 붕괴 사례들을 보면 많은 비가 내려 댐이 넘치면서 붕괴되는 월류 외에 지진과 댐의 노후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47회 다보스 포럼에서는 올해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위험요인으로 기상이변을 꼽았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집중호우와 대형 태풍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환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지진도 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댐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특히 미국은 2020년이 되면 8만7000여 개의 댐 중 70%가 건설 50년이 넘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강타했을 때, 강릉에는 하루 만에 870.5㎜의 폭우가 내린 바 있다. 예상을 넘는 집중호우와 이상 홍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진의 발생 빈도와 규모도 증가 추세다. 1990년대에는 연평균 지진 발생 건수가 26회였으나 2010년대에는 56회로 2배 이상 늘어났고, 2016년 9월 경주에서는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 중인 댐 37개 중 12개, 15m 이상의 댐 1428개 중 약 61%가 건설된 지 30년이 넘어 사회기반시설 중 댐의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댐 안전의 위협 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2000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댐 설계 기준을 개정했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이상 홍수에 대비해 가능최대홍수량(PMF: Probable Maximum Flood)을 설계 기준으로 하고, 댐 본체에 대한 내진 기준을 상향하는 한편 취수탑 등 댐 부속 시설물에도 내진설계를 도입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미 건설된 댐의 안전 관리를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문학적 안전성을 재검토해 기준 이하의 댐 17개에 대해서는 비상 여수로를 설치하고 댐을 높이는 등 치수능력 증대 사업을 진행해 보강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지진과 댐 노후화에 대비하기 위한 댐 안전성 강화 사업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댐 본체의 심벽(Core)과 사면을 보강해 제체(堤體) 안전성을 높이고 누수 등 비상시에 대비한 비상 방류시설을 신설 또는 보강하는 한편, 댐의 주요 부속 시설인 취수탑의 내진 성능도 강화할 것이다. 현재 예산당국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노후화 정도 및 소요 예산, 지진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다.

댐의 안전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우리의 댐들을 지금보다 더욱 ‘안전한 댐’으로 만들어 국민이 물 재해로부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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