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세안] 美·中 의존도 낮추기…인구 6억3000만 ‘젊은 시장’에 답 있다

입력 2017-04-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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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왜 지금 아세안을 말하는가

약 6억3000만 인구와 2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규모, 여기에 한반도와 지리적으로도 밀접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을 계기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세안은 한국에 있어서 흙 속의 진주와 같은 존재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입장에서도 아세안은 안보와 경제, 외교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대상으로 꼽히며, 영국의 탈퇴로 균열 위기에 내몰린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아세안과 8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아세안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의 여러 나라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중국도 다른 한 편에서는 현대판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대체 세계는 왜 지금 아세안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인구 세계 3위, 경제 규모 세계 6위 자랑하는 거대 경제권 = 아세안의 거대한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아세안 10개국은 지난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공식 출범시켰다. AEC에는 미국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6억40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AEC가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하면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2조4300억 달러(약 2708조 원)에 달해 세계 6위 경제국 수준이다. 아세안 10개국은 전 세계 수출의 약 7%를 차지, EU와 중국·홍콩, 미국에 이은 세계 4위 수출 지역이다. 딜로이트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안에 말레이시아·인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이른바 ‘MITI V(마이티 5)’가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성장 엔진 = 아세안은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세안은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이 약 5.5%에 달했다. IMF는 오는 2022년 아세안의 GDP는 현재보다 30% 이상 더 확대된 약 4조 달러로 미국과 EU,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5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 자본도 아세안으로 물밀 듯이 유입되고 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아세안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화교은행에 따르면 아세안은 지난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FDI 증가율이 15%에 달했으며 오는 2030년이면 5조2000억 달러로, 2015년의 1조8000억 달러에서 3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젊은이·여성·네티즌, 아세안 소비시장 3대 핵심 키워드 = 젊은층을 중심으로 아세안 소비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지난달 15일 자 기사에서 젊은이와 여성, 네티즌 등 3대 핵심 요소가 아세안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세안에서 15 ~ 29세의 젊은 인구, 즉 Y세대는 1억6000만 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5세 이하 어린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에 이른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고령화의 덫’에 걸렸지만 아세안은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에 불과하다.

이들 Y세대는 교육 수준의 향상, 소득 증가, 도시화 등에 힘입어 아세안 경제의 새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고매매 사이트 캐러셀과 필리핀 최대 태양광 발전업체 솔라필리핀, 말레이시아의 택배업체 더로리 등 촉망받는 스타트업 설립자가 모두 35세 이하라고 자카르타포스트는 강조했다.

여성도 아세안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업체 EIU의 201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세안 여성의 3분의 2 이상이 자신의 은행계좌를, 48%가 신용카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여성 응답자 대부분은 식료품과 의류, 액세서리, 아동용 제품에서 지출 결정을 담당했으며 전자제품과 여행 등 다른 소비 범주에서도 최소한 공동 결정자 역할을 했다. 아세안에서 여성이 단순한 ‘출납관리원’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진한 셈이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발전에 따라 아세안에서 전자상거래와 차량 공유, 게임 등 다양한 IT 관련 서비스가 번창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밸류워크의 지난달 분석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는 현재 약 2억5000만 명에 달하며, 오는 2020년에는 그 수가 2억92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구글 등의 분석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5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90%의 성장률을 보이며 88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수요에 새로운 기회도 풍부 = 풍부한 인프라 수요는 건설업체와 중장비업체, 철도업체 등 많은 기업들에 새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난 2월 ‘아시아 인프라 수요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오는 2030년까지 인프라 수요가 2조7600억 ~ 3조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매년 1840억 ~ 21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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