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美‘보호무역’고집 못 꺾었다…트럼프 덕에 EU·중국 ‘무역 데당트’ 시대 열리나

입력 2017-03-1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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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미국만 뿌듯한 결과를 도출하고 폐막했다. 사실상 주요국 경제 수장들이 첫 데뷔전을 치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공정무역’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코뮈니케를 채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G20 재무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G20 회의인데다 스티븐 므누신의 첫 국제무대 데뷔였기 때문. 특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와 주요국의 환율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기존의 글로벌 경제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거세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8일(현지시간) 폐막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는 ‘보호무역 배격’과‘기후변화 공동 대응’ 등의 문구가 채택되지 못했다. 대신 므누신 장관이 G20 회의 내내 강조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보호무역 배격’은 G20 재무회의 성명서의 단골 문구였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경제 수장들은 이번 성명서에도 ‘보호무역 배격’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걸어 트럼프 정권에 견제구를 던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이 보호무역 배격이라는 문구 대신 ‘공정무역’ 문구로 변경하라고 요구하며 기존의 문구 채택을 거부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보호무역에 대한 반대 의미를 좀 더 분명히 담아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보호무역 배격은 더는 필요한 문구가 아니며 미국은 이제 무역 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G20회의 의장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번 G20 재무회의에서 무역에 관련 토의가 “복잡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부 유럽 각료도 “통상 부문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중앙)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정’이라는 문구를 통해 향후 중국과 독일 한국 등 대미 흑자국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우 생산적인 G20 회의였고 결과에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자유무역을 중시하고 있지만 균형 있는 무역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무역적자 문제를 오래 안고 있어 이를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정 협약들에 대해 재검토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완화 노력에 대한 약속도 들어가지 못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을 합쳐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체 노력을 하겠다는 언급을 빼는데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발효를 촉구하려 했던 종전 계획들도 물거품이 됐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환율 문제에서만큼은 한발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초 “통화약세 경쟁을 우려한다”는 문구를 넣도록 요구했으나 기존 “경쟁적인 환율 절하를 지양할 것”이라는 문구를 유지키로 했다. 그는 각국과의 양자 회담에서 “강한 달러는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한 고집은 유럽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 정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간 무역 부문에서 냉랭했던 유럽과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그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공조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자유무역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확인, 향후 신뢰 구축에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조만간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럽이 여전히 중국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협력 관계를 맺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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