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에 말 걸다] 2017년, 사극영화는 계속된다

입력 2017-01-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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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작가

작년 한 해에도 많은 사극영화가 제작되어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한국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유독 많았다.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다룬 ‘동주’, 조선 마지막 공주의 비극적인 삶을 그려낸 ‘덕혜옹주’, 그리고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투사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밀정’,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변곡점이 되었던 ‘인천상륙작전’ 등이 그것이다.

올해도 역사 콘텐츠 재료에 픽션을 가미한 상업 흥행영화는 계속 제작되고 선을 보일 것이다. 2017년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내용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올해 첫선을 보이는 ‘역사영화’는 1000만 영화의 보증수표인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2월 개봉 예정)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얼핏 영화 제목만으론 도저히 무슨 영화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택시운전사’는 어떤 영화일까?

2017년은 1987년 ‘6월항쟁’이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작년 겨울, 우리의 민심은 1987년의 여름보다 더 뜨겁게 광화문을 달구었다. 새해 들어서도 광화문 촛불집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그 첫 번째 이슈는 ‘박종철 치사사건 30주년’으로 포문을 열었다.

6월항쟁의 시발점이었으며 1980년대 내내 부채이자 족쇄처럼 양심적 시민들을 괴롭혔던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택시운전사’이다. 물론 1980년 광주항쟁을 소재로 하여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으론 ‘화려한 휴가’가 있다. ‘화려한 휴가’는 대한민국에 민주화의 진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점에 제작된 덕분에 그날의 비극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장면과 묘사로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젊은이들이 불과 몇 십 년 전에 대한민국 땅에서 군인들이 민간인에게 어떻게 무차별 사격을 가할 수 있었는지를 되물어야 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되었다. “1979년 10월 26일을 계기로 유신독재가 끝나고 억눌렸던 국민들은 민주화의 ‘봄’이 올 것을 열망하였으나, 신군부 세력은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다.”

그러나 조만간 개봉할 ‘택시운전사’는 조금 더 세련된 화법으로, 그러나 보다 더 감동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 것 같다. 만섭(송강호)은 서울에서 택시를 모는 운전사다. 하필 1980년 5월 어느 날 외국인 손님을 한 명 태우는데, 그는 당시 소위 ‘광주사태’로 불리던 소요지역을 취재 나온 독일인 기자(토마스 크레취만)였다. 아니 광주가 지금 난리가 나서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데 광주까지 제발 데려 달란다. 평상시 같으면 거절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동행한다. 그리고 광주에서 독일 기자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7일간 보고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판에서 흔히들 말하는 확 먹어주는 콘셉트가 아닐 수 없다. ‘화려한 휴가’가 넘지 못한 1000만 관객의 벽을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댄다.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여름 개봉 예정)는 일본 나가사키 현 인근 섬인 군함도(軍艦島), 하시마(端島)에 강제로 끌려가 석탄을 캐던 조선인 400명이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는 내용이다. 일제는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한반도 민중의 마지막 고혈까지 착취한다. 이 시기에 위안부와 강제징용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연초부터 부산의 소녀상 설치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예민한 정국의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 영화 ‘군함도’ 역시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리라 예측해 본다. 더군다나 캐스팅도 화려하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라인업되어 있으니 티켓파워도 상당하다. 중국 쪽에 충분히 세일즈할 만한 소재와 배우를 갖춘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영화가 일제 시대를 다루는 영역이 단지 일본 순사를 때려잡는 식의 일차원에서 외연을 점점 확대하는 모양이라 고무적이다.

조선시대는 역시 사극 영화의 화수분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병품 삼아 나오는 영화 두 편은 각각 ‘대립군’(장윤철 감독)과 ‘남한산성’(한홍석 감독)이다.

‘대립군’은 영화 ‘광해’에 이어 광해군이 또다시 영화의 주요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왕위에 오르기 전 얘기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명나라로 망명하기 위해 의주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때 조정을 두 개로 쪼개(이를 ‘분조’라 한다) 광해를 세자로 책봉하고 광해에게 임시조정을 맡긴다. 광해와 함께 여기에 대립군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 흥미롭다. 대립군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해주는 사람인데 과연 광해와 함께 어떤 이야기로 관객에게 흥미를 줄지 자못 기대가 크다. 더욱이 이 영화는 ‘곡성’을 투자했던 선구안 좋은 이십세기폭스사의 작품이라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할지 더욱 관심이 많다. 캐스팅 역시 괜찮다.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김명곤 등이 출연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사극영화에 관심이 있는 제작자라면 눈독을 들일 만한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김훈의 동명 소설 ‘남한산성’이 그것인데, 소설은 화친과 척화의 갈림길에서 한겨울 차가운 공간인 남한산성에서 빚어지는 인조와 대신 간의 갈등과 타협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지금의 우리네 외교적 어려움을 반추해볼 수도 있겠다. 출연 배우 역시 화려하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충무로 개성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유독 영화판에 좌파가 많다고들 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굳이 좌파까지 지원해줘야 합니까?”라고 말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본질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비판한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영화는 현실을 개혁하고자 한다. 사극영화 대부분이 진보적인 건 그래서일 게다. 단순한 진영논리로 재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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