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의 티타임] 경제지표 칼바람에도 주가엔 봄바람 부는 까닭은

입력 2017-01-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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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우리은행 WM추진부 부부장

▲최성호 우리은행 WM추진부 부부장. 사진제공=우리은행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과제를 안고 2017년 정유년 한국 경제가 출발했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에 따른 정국 불안 등 대내외 악재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굳어지는 모습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4%보다 못한 수치다. 이는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이 숫자도 낙관적인 기대치라는 목소리가 많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2%대 초중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고용 여건이 악화했고 중국 성장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수출 여건도 신통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준비하면서 국내 시중 금리도 올라 부동산 경기 전망이 흐려진 것도 변수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그나마 지탱했던 분야가 건설 경기였다. 1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앞을 볼 수 없는 악재로 가득 찬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못할 것이다.

어둠에 쌓인 한국 경제와 달리 주식시장은 시나브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됐다. 예상치 못한 트럼프 당선 충격으로 1950선을 위협받던 코스피가 어느 순간 2050선에 도달했다. 환율 상승과 미국 경제 호조로 수출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이 주가 반등에 일조했다.

이는 시가 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악재에도 불구하고 9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품 선전과 가전 부문 성수기 효과 등에 힘입어 시장 예상 기대치를 크게 상회했다.

실적 개선 일등 공신인 반도체 부문은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에 따라 4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보이며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IM(모바일)부문도 갤럭시 노트7 단종 충격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10조 원대의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 투자은행의 삼성전자 목표가는 대부분 200만 원을 넘고 있다. 특히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0%가량 점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목표가 250만 원을 제시했다.

와이즈에프엔(WISEfn)에서 집계한 애널리스트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95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전 부지 매각차익을 제외할 경우 지난 몇 년간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80조 원 벽에 막혀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내수 여건 속에서도 장사를 잘한 것이다. 올해는 약 12%의 순이익 증가가 예견된다.

경제 지표는 안 좋은데 기업 실적이 잘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대외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제 회복세가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는 소비 회복과 고용 여건 개선 등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경기 과열을 걱정할 정도다.

아직 미국 외 다른 나라는 경기 개선세가 뚜렷하지 못하지만, 점차 주변 지역으로 그 영향력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달러 덕택에 유럽과 일본 등 선진시장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살아나고 원자재 수요 증가와 함께 신흥시장도 경기 부진에서 벗어날 것이다.

물론 다우지수 2만, 코스피 2050이라는 숫자만 보면 증시 신규 진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국내 환경을 바라보며 주식시장을 외면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기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POSCO)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주로 돈을 벌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와 재정 확대 신호 나타나면서 수출기업 중심으로 대형주와 중소형주 고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의 독주 현상으로 지난해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가 부진한 성과로 펀드매니저의 얼굴에 먹칠을 했으나, 2017년에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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