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최고 시공물] DDP, 4만5133개 패널로 이은 곡선美… 서울 심장에 착륙한 UFO

입력 2016-1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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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수만개 외장패널 곡률크기형태 다 달라

제작기술 확보 위해 英·佛·中 오가며 연구

최첨단 건설공법 총동원… 7년만에 완성

NYT 명소로 선정… 서울 랜드마크 우뚝

▲DDP는 일제시대 경성운동장으로 지어졌던 동대문운동장이 2008년 철거된 뒤 들어선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건축물이다. 4300억원이 투입돼 5개 시설, 15개 공간으로 조성된 DDP는 삼성물산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동대문의 상징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삼성물산

2014년 모습을 드러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선”이라면서 낯선 풍경에 적잖이 당황해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파격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인 DDP는 건축의 문법을 뒤집는 파격 그 자체였다.

◇ 역사적 터에 뿌리 내린 DDP = DDP는 서울 중구 을지로 7가 2-1 6만5232㎡ 규모의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당초 이 터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6년 일본 왕세자 히로히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경성운동장이 건립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건축물이 들어서기 전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4대문 시장 상권이 생성된 곳이자, 임오군란(1882년)과 관련한 터이기도 하다.

해방 후 경성운동장은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고교야구 등 크고 작은 경기와 행사를 치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1985년에 동대문운동장으로 다시 한번 개칭이 이뤄진 이 곳은 잠실운동장이 건립되면서 그 기능이 점차 축소됐다. 이후 청계천 복원공사 당시 황학동 일대 노점상들이 옮겨와 터를 닦으면서 풍물시장으로 변모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 터에 2만 평 규모의 다목적 공원과 디자인 패션 콤플렉스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동대문운동장은 2008년 철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동대문운동장은 결국 4300억 원이 투입돼 5개 시설, 15개 공간이 들어선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DDP가 역사는 물론, 일상적 삶의 흐름까지 깨는 ‘낯선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 독특한 외관과 최첨단 공법 = 논란은 여전하지만 DDP 자체에 많은 공(功)이 들어간 건 사실이다. DDP는 기존 평면 설계방식으로는 시공이 불가능한 것으로 3차원 첨단설계방식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공법이 도입됐다. BIM는 3D를 기반으로 한 설계방식이다. 기존에 사용했던 2D 기반으로는 불가능한 난해한 건축물이나 비정형 건축물에 주로 사용된다. 서울시청사의 외벽 중 일부분에 BIM이 적용됐고, DDP의 경우 토목 터파기에서 건축구조 건축인테리어마감, 조경 등의 부분까지 전 공정에서 BIM을 적용한 실질적인 국내 첫 사례가 됐다.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은빛의 외관은 4만5133개의 알루미늄 외장패널로 꾸며졌다. DDP 외관의 핵심인 외장패널은 두께 4㎜에 가로와 세로는 각각 1.6m, 1.2m이다. 평면패널 1만3841개, 한 쪽 방향만 휜 1차 곡면패널 9554개, 두 쪽 방향이 휜 2차 곡면패널 2만1738개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2차 곡면패널이 건물 외관에 시공된 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드문 사례다. 특히 삼성물산은 비정형 외장패널의 제작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중국을 오갔고, 조선에서 비행기 자동차까지 비정형곡면판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분야를 연구했다. 거푸집 제작은 물론 내부 마감에서도 단 한 순간도 쉬운 기억이 없었다고 당시 현장 직원은 설명했다.

DDP는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하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비정형 건축으로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그 이름 만큼이나 그녀의 설계는 시공이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DDP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유선형 계단과 디자인 동을 도는 디자인둘레길 등 곳곳이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첨단 혁신공법들이 총동원됐다는 게 삼성물산 측의 설명이다.

DDP 설계를 담당했던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측은 “자하 하디드는 개성이 강하고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건축가”라며 “설계가 어려워 중간에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결국 삼성물산의 시공력이 뒷받침됐고, 이는 국내 건설 기술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DDP는 개관 후 1년 동안 840만 명이 다녀간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초 뉴욕타임즈는 ‘2015년에 꼭 가봐야 할 52명소’로 이 곳을 뽑았다. 그래서 유커들이 몰려드는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DDP는 동대문을 단순한 쇼핑의 메카가 아닌 문화 예술의 살이 더해진 활기 넘치는 거리로 변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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