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절벽 직면한 중앙은행들] “마이너스 금리 효과 없다” 궁지 몰린 日ㆍ유럽

입력 2016-09-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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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달리 日 엔화가치 급등·스위스 주담대 금리 제자리

마이너스 금리, 진짜 효과 있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은 향후 미국 금융정책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 중 마이너스 금리에 특히 부정적이다. 미국 경기가 다시 침체에 접어든다고 해도 일본, 유럽에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는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왜일까.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이처럼 냉랭한 반응은 지난달 25~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 경제정책 회의에서 확인됐다. 옐런 의장은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가진 경기 침체 대응 수단에 대한 논의에서 채권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아예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는 멀리서나 바라보는 실험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마이너스 도입 의사가 없는 이야기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 여건과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 필요성을 배제했지만 사실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일본과 유럽이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 가계·기업의 예금이나 대출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예치금)에 적용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기업 대출이나 개인 대출 등을 늘리게 되고 결국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는 것이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부양정책의 원리이자 정책 당국자들이 바라는 경기부양 효과다.

현재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덴마크와 스웨덴, 스위스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0.75%, 일본은행(BoJ)은 -0.1%, 유럽중앙은행(ECB)은 -0.4%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 대부분 당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기대도 잠시, BoJ의 기대와 달리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엔화 가치는 낮아질 것이라는 BoJ 위원들의 기대가 엇나간 것이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6일 기준으로 14% 가까이 올랐다.

스위스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WSJ는 소비를 촉진한다는 예상 효과와 다르게 일본과 스웨덴, 덴마크에서는 소비 대신 오히려 저축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원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예금 이자가 낮아지는 것에 불만이 늘어나고 시중은행은 이윤 축소를 우려하기 때문.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들 중앙은행 당국자는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한 강연에서 “장기 자금 조달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기업의 장기 자금 수요와 가계의 주택 담보 대출 자금 수요가 자극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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