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루팡 애플의 액세서리 3종 리뷰

입력 2015-12-3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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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한 해였다. 스스로 번아웃(Burn out)을 염려할만큼 치열했다. 내년에도 열심히 글을 쓰기 위해선 새 장비가 필요하다. 다들 알잖는가. 게임도 인생도 어려움과 맞닥뜨릴 땐 현질이 최고다. 새 아이템을 장착하고 템빨로 밀어붙여 2016년을 맞이하기로 다짐했다. 내 책상 위의 새로운 얄개들을 소개한다. 매직 키보드, 매직 마우스2, 매직 트랙패드2. 애플의 현기증 나는 맥 액세서리 3종이다.

사실 액세서리 3종이라고 하면 몹시 가벼운 느낌이지만, 가격은 그렇지 않다. 매직 키보드는 12만 9000원, 매직 마우스2는 9만 9000원, 매직 트랙패드2는 16만 9000원. 다 합하면 무려 39만 7000원. 40만원이면 저사양 노트북도 살 수 있는데 그 돈으로 마우스와 키보드 따위를 사기란 상당한 결심이 필요하다. 더불어 애플 제품에 대한 약간의 신앙심(?)도 필요하겠지.

만만치 않은 가격을 극복하고 이 제품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면, 어떻게든 명분을 찾아야 할 차례다. 고맙게도 자본주의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좋다. 너무 좋다. 항상 생각하지만 애플은 정말 뛰어난 장사꾼이다.

매직 키보드

[위쪽이 구형, 아래쪽이 신제품]

손맛 3

안정성 5

중독성 4

글쟁이에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키보드다. 새로운 매직 키보드는 가볍다. 너무 가벼워서 기분이 이상할 정도다. 만약 휴대용 키보드가 없다면 이 제품을 대신 들고 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내가 사용 중인 서드파티 제조사의 휴대용 아이패드 키보드보다 매직 키보드가 가벼우니 말 다했지. 크기도 이전 모델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이렇게 가볍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본래 마우스나 키보드, 트랙패드 모두 AA 배터리를 넣어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공간이 비어버렸으니 획기적으로 가볍고 날씬해지는 건 당연하다. 이제 애플 사용자라면 모두 잔뜩 가지고 있는(동시에 잔뜩 망가지는) 라이트닝 케이블로 키보드를 충전하면 된다. 100% 완충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약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키보드지만, 배터리가 없을 땐 라이트닝 케이블을 연결해 둔 채 사용해도 상관없다. 유선 키보드로 변신하니 아날로그(?)의 향수를 추억하기에 그만이다.

그렇다면 치는 맛은 어떨까? 요즘 애플이 새롭게 선보이는 모든 키보드가 그러하듯 키가 눌리는 깊이가 더 야트막해졌다. 처음엔 조금 밋밋하더라. 키를 손끝으로 누를 때마다 쫀득 쫀득 오르내리는 감칠맛이 부족하달까? 너무 가볍게 눌리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 글 쓰다 절정(?)에 이르면 부산스럽게 타이핑하며 키보드가 달깍달깍 움직여대는 맛을 즐기게 되는데, 그런 짜릿함은 부족하다.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1mm의 깊이 차이는 그렇게 크게 느껴진다.

[왼쪽이 신제품 오른쪽이 구형]

대신 훨씬 단정한 타이핑이 가능하다. 원래 쓰던 매직 키보드는 키캡의 끝부분을 슬쩍 누르면 비대칭으로 그 부분만 더 깊게 눌렸다. 하지만 새로운 키보드는 어느 부분을 눌러도 전체 키가 균일하게 눌린다.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새롭게 설계한 가위식 메커니즘을 적용해 타이핑할 때 명확하고 균일한 타이핑이 가능해졌다. 손가락으로 키를 눌러보면 키의 네 모서리가 같은 각도로 오르내리는 걸 알 수 있다. 글로 설명하자면 어렵게 들리는데, 손으로 만져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문자를 타이핑할 때처럼 그 영역은 동일하게 반응하는 느낌이랄까. 물렁하게 움직이는 불안함 대신 단단함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오타가 줄고, 제품 자체가 견고해졌다. 눌리는 느낌이 가볍고 키보드 높이가 낮아 손의 피로도 적다. 다만 키패드를 누를 때마다 푹신하게 눌리던 충분한 높이에서 오는 ‘손맛’은 그리울 수도 있겠다.

매직 마우스2

[왼쪽이 구형 오른쪽이 신제품, 뒤집어야 차이가 느껴진다]

매끄러움 5

기존 마우스 다시 못쓸 확률 5

수치스러움 3

솔직히 이건 정말 요물이다. 이상하다, 이상해. 기존 마우스랑 똑같이 생겼길래 별 생각 없이 연결한 뒤 사용해 보았는데, 마우스가 은반 위의 김연아처럼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책상에 대는 순간 ‘1mm’ 정도 붕 떠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볍고 쉽게 미끄러지는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바닥과 마우스 사이에 마찰이 거의 없는 것처럼 기묘하게 움직인다. 처음엔 이 미끄러움이 굉장히 거북하다. 마우스 커서가 내 의도와 상관없이 화면 여기저기로 순간이동하는 것 같달까?

하지만 좋은 변화에 적응하는 건 실로 순식간의 일. 매직 마우스2를 3시간 가량 쓰다가 원래 쓰던 매직 마우스를 다시 손에 쥐니 모래 위에서 마우스를 굴리는 것처럼 꺼끌꺼끌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무겁다. 못쓰겠다. 역시 인간은 간사하구나. 이 제품 역시 배터리가 빠졌기 때문에 더 가볍고 날씬해져서 저항이 줄었다. 물론 바닥 재질도 바뀐 것 같다.

손가락이 닿는 표면도 더 매끄러워졌다. 스크롤링도 더 쾌적해졌다. 다시는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 역시 애플은 비싼 만큼 섬세하다.

하지만 문제의 ‘엉덩이 충전(사실 다들 더 격한 표현을 쓰지만 난 아가씨라 부끄러워서…)’을 시전할 때는 어쩐지 매직 마우스2와 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모양새도 조금 민망하다. 몸을 뒤집어 엉덩이를 내놓은 채 라이트닝 단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매직 마우스가 수치심을 호소하는 게 느껴진다. 뭔가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게 ‘병든 쥐’ 같아 보이기도 하고…

트랙패드나 키보드는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 중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마우스는 뒤집어 놓고 라이트닝 똥침을 놔야 하기 때문에 충전하는 동안 사용 불가다. 사실 치명적인 단점이다. 다행히 초반 2분 충전으로 9시간 가량 사용할 수 있는 급속 충전 기술을 지원하긴 한다. 그래도 한참 일하다 중간에 마우스를 잠시 동안 쓸 수 없는 일이 생긴다면 내 인내심이 버티지 못 할 테니 생각날 때마다 자주 자주 충전해야겠다. 점심시간에 충전을 걸어놓고 가는 패턴을 추천한다. 완충까지는 2시간이 소요된다. 똥침 빼곤 만점…

매직 트랙패드2

[왼쪽이 구형 오른쪽이 신제품]

몹시 비쌈 4

매끄러움 5

마우스를 포기할 확률 3

다른 액세서리들이 모두 몸집을 줄인 것에 비해, 매직 트랙패드2는 면적이 29% 가량 넓어졌다. 그만큼 트랙패드 위에서도 더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디자인이 가장 비약적으로 바뀐 것도 이 제품이다. 표면 소재 자체가 바뀌었는데, 손가락에 닿는 감촉이 남다르다. 이전 제품보다 더 매끄럽게 손을 움직일 수 있다. 앞서 매직 마우스2에 대해 말할 때처럼 기묘하게 미끄러지는 감촉이다.

배터리를 빼고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사용하는 만큼 사용 각도도 완만해졌다. 면적은 넓어졌지만 훨씬 얇아졌다. 그만큼 손 움직임의 피로가 덜하다.

기존에 쓰던 트랙패드를 잠시 책상 서랍에 감금시켜 뒀다. 손끝이 미끄러지듯이 트랙 위를 거닐게 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손가락이 트랙패드 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부드럽다. 조작하는 느낌이 아니고 좀 더 내 몸과 물아일체가 되는 느낌이랄까. 비유가 조금 오버스럽지만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손가락이 터치 패드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 때문에 매직 트랙패드란 이름이 자꾸 매직 카펫(마법 양탄자)으로 읽힐 정도니까.

게다가 포스 터치를 적용한 제품이 아닌가. 포스 클릭 기능을 한번 사용해보자. 누군가 웹사이트 링크를 보내줬을 때, 해당 주소를 포스 클릭하면 내용을 미리보기 창으로 슬쩍 확인할 수 있다. PDF 파일을 미리보기로 열거나, 주소를 포스 클릭해 지도를 연동하는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일단 써보면 안다. 그래도 16만 9000원은 부담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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