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자식을 불효로 만들지 않으려면

입력 2015-10-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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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용 삼성화재 ING Agency 대표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설계’가 화두다. 은퇴 설계는 경제 활동 중지 이후의 생활에서 의료비로 인한 자녀들과의 생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부모들은 은퇴 이후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짐이 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동호회 성격의 모임인 삼성화재 DMO(Digital Members One) 회원들은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65세 이상 140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자녀가 2300만원의 병원비를 마련한다고 집으로 갔는데 2주 동안 연락이 안돼서 퇴원을 못하고 계신다며 손을 잡으시고 도와 달라는 장기입원 환자를 만났고, 병원 계단에서 부모의 병원비 때문에 “나만 딸이냐! 나만 딸이냐고!” 소리치고 울면서 싸우는 자매도 볼 수 있었다.

어머니의 장기 투병으로 월 300만원 되는 간병인 비용 부담 때문에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는 아들도 만났다. 20년째 시어머니를 병시중을 해오면서 지칠 대로 지쳐 주변에서 아프다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난다는 며느리도 만났다. 흥분하면서 말하는 며느리에게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버린 시어머니가 아무런 말씀없이 넋을 잃고서 주변만 바라보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 진료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155만원이던 노인 1인당 진료비는 2007년 200만원을 넘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3년에는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었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 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생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베이비부머의 76.6%가 제대로 된 경제적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은퇴자금을 마련했다고 답한 베이비부머는 전체의 6.1%로 지난 2010년 8.4%, 2012년 7%로 계속 감소했다.

이를 정리해 보면 앞으로 100세 시대에 경제적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76.6%는 자녀의 형제자매 간 우애와 효를 바라고 있지만, 사고와 질병으로 후유장애가 발생하면 형제자매 간 우애와 효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은퇴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모가 자녀를 불효자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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