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따라잡기] 뜨는 인스타용 카페들…인생샷·감성샷·설정샷은 '이곳'에서
입력 2019-01-18 17:43   수정 2019-01-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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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니깐~.”

예쁜 곳, 오랜만에 만난 사람, 맛있는 음식. 하나라도 갖춰지면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 든다. 지나고 나면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사람들. 그야말로 ‘인증샷’의 민족이다.

딴 일을 하다가도, 얘기를 나누는 도중이더라도 카메라를 집어 들면 순식간에 취해지는 포즈. 찍은 뒤 ‘확인’ 작업은 물론 필수다. 색감이나 표정, 포즈…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시 촬영하는 수고는 당연한 것.

이러한 인증샷을 만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대놓고 사진을 올리도록 만들어진 인스타그램은 ‘인스타 샷’, ‘인스타 감성’이라는 새로운 접두사까지 만들었다.

비록 인스타그램의 시작은 한국은 아니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수많은 인증샷으로 단련된 우리는 #koreafood #koreamakeup #korealook #koreastyle #koreagirl #koreaboy 다양한 해시태그를 동반하며 ‘한국 인스타 샷’을 만들어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인증샷 열정은 여행지서 마음껏 발휘된다. 인기 여행지는 아예 ‘인스타그램 인생사진 찍는 곳’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한국 여행지 1순위 제주도는 ‘인스타그램 포토스팟’으로 넘쳐난다. 생각해보면 제주도 포토스팟은 부모님 때부터 쭉 내려왔다. 신혼여행에서 똑같은 장소, 똑같은 포즈로 촬영한 우리네 부모님들. 여행지 사진사나 가이드 역할까지 했던 택시기사들이 “여기서 찍어야 해”, “여기가 제일 예쁘게 나와”라며 팁을 알려준 곳이다.

당시에는 유적지, 상징물 앞에서 찍은 인증샷이 필수였지만, 지금은 ‘감성’이 추가됐다. 배경과 어우러진 자연스러운(그렇게 만든) 포즈로 만든 사진. 부모님 시절에는 무엇보다 ‘얼굴’이 잘 나와야 했다면, 자식들은 얼굴보다는 ‘분위기’에 열광한다.

제주도 핑크뮬리, 해변 카페 등은 '배경', '분위기', '감성' 삼박자로 인스타 인싸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해외 여행지서에서도 인증샷의 열정은 긴 이동거리만큼 쭉~ 늘어난다. 여기에 마치 패션지 화보의 한 장면처럼 연출하려는 ‘욕심’은 더해진다.

누군가 그랬다. 해외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국인을 찾으라고. 눈을 돌려 찾은 한국인에게 카메라를 맡기면, 그는 ‘저 사람의 인생샷은 오늘 내 손으로 찍어주리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전문가 뺨치는 기술을 선보인다나.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아예 ‘인스타 설정샷’을 대놓고 찍으라는 전시회도 생겨났다. 찍기만 하면 프사(프로필 사진), 인스타 메인 사진감이라는 ‘세젤예전(展)’이 대표적이다.

한쪽 벽에 ‘예쁜 하루’, ‘내 눈에는 나밖에 안 보여’, ‘나에게 반했어’, ‘피곤하다 예뻐서’ 등 자기애가 넘치도록 ‘뿜뿜’하는 문구 아래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러스트, 아기자기한 소품, 원색과 파스텔의 공간들은 사진을 한없이 찍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한다.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설정샷을 완성하고 싶은 인싸들은 한 자리에서 100장이 넘는 사진을 찍는 노동도 행복하다.

최고의 인생샷을 찍고자 하는 인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스타용(?) 카페들도 속속 등장했다. 시간과 날씨에 관계없이 실내에서 최상의 ‘한 장’을 완성할 수 있게 만든 카페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이 태그된 홍대의 두 카페를 직접 찾았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돌담이 늘어선 벽, 나무 조각이 깔린 바닥, 곳곳에 꾸며진 나무 정원… 한적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R카페’. 실외인 듯 실내인 인테리어가 눈에 쏙 들어온다.

카페 중앙 접수대 양쪽의 자리보다는 뒤편 돌담벼락 안쪽 자리가 인기가 많다. 탁자와 의자가 일체형이고 좁은 곳이라 조금 불편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곳은 사진을 찍는 곳이기 때문. 약간 어두운 조명과 나무, 간이탁자 모두가 ‘인스타 감성샷’이 완성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커다란 거울 앞 무심하게 놓인 의자에 앉아 주변 나무들을 담은 ‘거울샷’이 이 카페의 포토 스팟. 동행한 후배의 도움을 받아 다리 방향까지 맞춰가며 찍은 사진은 힘든 준비 과정만큼이나 왠지 모를 뿌듯함을 안겨준다.

‘인스타 샷’에 한참을 헤매는 기자에게 어린(?) 후배는 “요즘 필름카메라로 찍은 듯한 ‘필름 필터’가 인기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선 가로세로 1대 1의 화면으로 찍어야 한다”, “자랑할 소품은 대놓고 올려놔선 안 된다. 보일 듯 안보일 듯 살짝 구석에 배치해야 한다”는 팁을 옆에서 연신 쏘아댔다.

그 다음 찾은 곳은 외국인에게 더 인기가 좋다는 ‘P카페’. 온 사방이 핑크로 뒤덮인 카페다. 심지어 디저트조차도 핑크~♡. 하지만 종업원은 모두 건장한 남자.

나중에 촬영한 사진을 본 데스크(50대 男)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곳에 방문한 여성 손님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핑크빛이다.

카페 안 곳곳이 어느 하나 콕 집을 곳 없이 포토스팟 천지다. 카페 손님 모두 한 바퀴 돌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연신 “하나, 둘, 셋”을 외친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평일 낮, 한적한 시간대였지만 우리를 포함해 총 여섯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고 이 중 네 테이블이 외국인이었다. 한국 인스타그램 카페로 유명해 해시태그를 보고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이들 역시 촬영한 사진을 각종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행복해했다. 이곳은 MBC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 편에서 이미 전파를 탄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입장료(?)가 있다. 무조건 1인 1음료. 디저트를 2개, 3개를 시켜도 음료는 인당 주문해야만 한다. 주문한 음료는 딱히 맛있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어찌보면 이 카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입장료인 셈.

여행을 가서 찍는 사진일까,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일까. 그 방문의 목적이 애매해지더라도 어쩌랴. 찍는 순간의 설렘과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의 뿌듯함.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진 밑 #인싸 #인싸카페 #나도인싸 #나도방문 등 줄줄이 이어진 해시태그. 나도 ‘인싸 부대’에 늦게라도 합류했다는 왠지 모를 소속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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