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완만한 강세’ 중장기적 속도 조절, 엔화는 내년 초까지 달러당 107~111엔 예상
최근 급변하는 환율로 시장이 출렁이며 향후 달러와 엔화의 방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1일 1058.0원에 시작해 지난 10일에는 1070.5원까지 오르며 10여일 만에 12원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13일 원·달러 환율은 1067.70원으로 마감하며 다시 1060선으로 떨어졌다.
달러화는 미국 9월 고용지표 발표 후 강세가 가파르게 전개됐고, 홍콩 시위 지속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이를 지속했다. 그러나 달러화의 가파른 강세는 최근 미국의 조정으로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회의록에서도 달러화 강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엔화 역시 일본 당국의 통화 완화 기조에 따라 약세가 조정되고 있다. 13일 원·엔 환율은 996.08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30% 소폭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달러화의 강세, 엔화 약세 기조가 완만하게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완만한 강세 지속 =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60원 후반에서 1070원 중반대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북한 변수 및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달러당 1080원선까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조정에도 세계 성장률 둔화 우려에 따른 세계 증시 하락세로 안전선호 심리가 부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엔화 강세에도 원·달러 하락세가 제한적이고 북한 변수,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기대 등 달러 상승 재료에 민감한 재료들로 원·달러 상방 압력이 더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는 최근 강세가 지나쳤던 측면이 있어 원·달러 상승에 대한 부담감 등이 작용해 중장기적으로는 속도를 조절해 완만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오는 15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을 1060원선으로 예상했으며 2015년 4분기 1090원으로 2.8%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6년 4분기에는 1120원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중기 원·달러 환율은 2000~13년 평균환율인 1127원을 소폭 하회하는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한·미 금리차 축소, 그리고 새 경제팀의 내수부양 정책에 의한 투자확대와 이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폭의 축소를 반영해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미국이 대내적으로 물가상승률 안정세 및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라며 “또한 달러 강세 지속 전망에 따른 실질금리 플러스 전환 시 미국 경제 및 기업이익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달러 강세 속도는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엔화 약세 및 유로화 약세에 대한 컨센서스 지속에도 불구하고 그 강도 역시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엔화 = 엔화의 경우 단기적으로 약세 진정국면에 들겠고 중기적으로 완만한 약세가 전망된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추가적인 금융완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엔·달러 환율은 내년 4분기에는 116엔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초까지 107~111엔의 박스권이 진행될 전망이다. 중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의 상단은 120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소비세 인상에 앞서 추가 부양이 예상됐으나 엔화 약세로 인해 당장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엔·달러 환율이 109~110엔까지 내려가며 명목상으로는 2007년 120~125엔을 크게 하회하고 있지만 실질실효 환율로는 이미 2007년 저저점 수준을 하회해 198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일본 내수기업은 경제 혜택은 받지 못하고 피해만 입고 있어 아베 정부에서도 엔화 약세가 빨리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추가 금융완화 기대가 뒤로 미뤄지며 엔·달러 환율도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엔화 약세는 BOJ가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선택해서 진행되기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맞추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장기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미-일 장기 금리 차가 안정돼 있는 것도 엔화 약세가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