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V 보안 인증에만 연 1억…정부 규정 강화에 도산 위기
정부가 포스(POS·판매시점관리) 단말기 보안 규정을 강화하자 영세 제조사들이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보안 인증을 받은 단말기만 시장에 유통될 수 있어 연간 1억원 가까이 소요되는 인증 비용부담에 영세 제조사들의 울상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하는 포스 단말기를 규격화하고, 보안규격을 충족한 단말기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했다. POS단말기 해킹으로 위조카드를 만들어 1억원을 인출한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모든 POS단말기는 EMV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EMV란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등 3대 신용카드 프로세싱 회사가 공동으로 제정한 IC카드 관련기기 국제기술 표준이다. 또 단독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의 보안 인증을 의무화했다. 해킹 등을 차단하기 위해 두개의 인증제를 도입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단말기 1종당 EMV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업계추산 연간 1억원 가까이 소요된다. 또 인증비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KTC의 보안인증 비용은 1000~2000만원 가량 소요될 전망이어서 영세 제조사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일 포스 단말기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대상으로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IC단말기 전환 관련 설명회에서 여신협회는 비용에 대한 지원은 일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공고히했다.
영세 제조사들은 단말기 제작 단가도 상승하고 추가로 보안 인증까지 받으려면 부도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정부가 업계를 구조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국내 포스 제조사는 5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