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주식 18% 워런트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 맺고 있어…일각 지분 경쟁 가능성 현실성 낮아
한진해운을 놓고 한진그룹 조양호(57) 회장과 동생인 한진해운 조수호(52) 회장간의 지분 경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5000만달러 규모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1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전날 10.90% 상승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0.44% 강보합권에 머무른 2만3000원을 기록중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간 지분 경쟁 가능성이 약발이 다하는 모습이다.
사실 한진해운을 둘러싼 지분 경쟁 가능성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배기반을 꾀할 수 있는 BW 신주인수권(워런트)란 ‘히든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전날 급등은 한진그룹 해운 부문을 독립 경영하고 있는 조수호 회장이 투병중인 시기에 한국공항이 한진해운 주식 24만5700주를 50억원에 매입키로 한 것이 단초를 제공했다.
현재의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을 지배주주로 한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 부문과 조수호 회장이 독립 경영하고 있는 한진해운 등 해운 계열사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항공은 한진그룹 지분구조상 조양호 회장→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한국항공으로 이어지는 조양호 회장 계열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항공이 200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한진해운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 지분율을 4.01%에서 4.35%로 늘려놓자 일각에서는 두 회장간 지분 경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분율도 한 몫했다. 한진해운은 한국항공 추가 매입 전까지 28.14%에 이르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중 조수호 회장이 6.87%, 조양호 회장의 영향력 안에 있는 지분이 10.74%(대한항공 6.25%, 한진 0.48%, 한국공항 4.01%)다. 나머지는 대부분 자사주로 10.46% 규모다.
여기에 지난 2004년 대한해운에 적대적 M&A 가능성의 진원지 노릇을 했던 노르웨이 골라LNG사 계열인 제버란트레이딩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을 더욱 자극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간에 한진해운은 놓고 경영권 다툼이 일어난다고 해도 조수호 회장에게는 ‘BW’란 ‘히든 카드’가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1년 5000만달러(발행당시 기준환율 1291.40원 기준 645억7000만원) 규모의 50회차 해외 BW를 발행했다.
분리형으로 신주인수권(워런트)의 경우 5000원당 신주(新株) 보통주 1주씩 인수할 수 권리가 부여돼 지난 2002년 12월15일부터 신주인수권 행사가 가능(종료일 2009년 11월24일)해 졌지만 현재까지 단 한 푼도 행사되지 않고 있다.
워런트를 전액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진해운이 발행해야 할 신주 규모는 총 1291만4000주로 현 발행주식의 18.0%에 달한다.
워런트 보유자는 발행 당시 인수자였던 말레이시아계 투자회사인 PVP다. 특히 PVP는 한진해운의 지배주주인 조수호 회장과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PVP가 워런트는 행사할 경우 조수호 회장 측 지분은 21.08%에 이른다. 반면 조양호 회장 계열 등의 지분은 9.39%로 낮아진다. 몰론 워런트의 주식 전환으로 인한 한진해운의 주가 희석화는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조수호 회장은 절대 지분 규모로는 취약하지만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PVP가 보유하고 있는 워런트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한진해운을 둘러싼 지분 경쟁 가능성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