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매입 규모 100억달러 축소, 양적완화 10월 종료 전망...증시와 외환ㆍ채권시장 반응 엇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considerable time)’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채권매입 규모는 오는 10월부터 월 1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0.25%로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부터 제로 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성명문은 경제지표 등 여러 요인을 평가할 때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12월 당시 850억 달러였던 3차 양적완화(QE) 규모를 100억 달러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을 시작해, 지난 7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채권 매입액을 100억 달러씩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FOMC에서 15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이 끝나면서 3차 QE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QE를 통해 4조42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연준은 FOMC 성명문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자원은 여전히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는 2017년 실업률은 5% 밑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연준은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 목표 이하로 안정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 7월 FOMC 성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7월 성명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FOMC 위원 10명 중 8명이 성명 내용에 찬성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연준 정책위원들의 금리 전망은 높아졌다. 연준이 FOMC 이후 공개한 경제전망(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과 점도표에서 위원들은 연방기금목표금리가 오는 2015년 말에 1.37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말에는 금리가 3.7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 전망치는 지난 6월의 전망치 1.125%에 비해 0.2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2017년 전망은 6월에 제시한 수치와 같다.
장기 성장률 전망은 지난 6월의 2.1~2.3%에서 2.0~2.3%로 조정됐다. 지난해 연준 정책위원들은 잠재 성장률 전망을 2.2~2.5%로 제시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2.1~2.3%에서 2.0~2.2%로 하향됐다. 2015년 2.6~3.0%를 기록하고 2016년에는 2.6~2.9%를 기록할 것으로 연준은 내다봤다. 2017년 성장률 전망은 2.3~2.5%, 인플레이션율은 1.9~2.0%로 예상됐다.
실업률은 내년에 5.4~5.6%를, 2016년에는 5.1~5.4%를 기록할 것으로 연준은 점쳤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 시장과 연준의 입장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라면서 연준의 점도표와 관련해서는 경제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장의 점도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옐런 의장은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지속한다는 선제적 안내에 대해서는 “연준은 선제적 안내를 항상 검토하고 있으며, ‘상당 기간’이라는 단어는 약속이 아니다"라면서 “연준은 선제적 안내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연준의 점도표에 비해 금리인상 속도가 느릴 것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노동 생산성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옐런 의장은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완전 고용이 이뤄지더라도 회복이 완료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금융위기 여파가 초저금리의 지속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준의 FOMC 결과에 대해 시장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는 연준의 경기부양적 기조 유지를 반겼지만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신중했다.
연준 정책위원들이 제시한 내년 금리 전망이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나타난 영향이다.
피터 북바 린제이그룹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채권과 금, 달러는 (FOMC 결과에 대해) 매파적으로 반응했다”라면서 “이들 시장 참가자들은 모두 증시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의 관심이 이제 금리인상 시기보다는 금리인상 속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저 베이스톤 프랭클린탬플턴 채권 부문 부사장은 “금리가 제로에서 내년 1.375%까지 오르는 것은 연준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선다는 것”이라면서 “금리에 대한 연준의 전망이 높아지면 달러에는 강세 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급등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ㆍ엔 환율은 1% 넘게 치솟으며 장 중 108.39엔까지 올랐다.
유로ㆍ달러 역시 0.7% 하락한 1.2865달러에 거래되며 달러 강세를 반영했다.
연준은 오는 10월 28일부터 이틀간 차기 FOMC를 개최한다. 10월 FOMC에서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은 예정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