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인력구조 재편] ‘머리’ 무거운 역피라미드형… 15개사 1년새 1300명 줄여

입력 2014-09-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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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희망퇴직 잇따라 실시… 삼성·한화·교보 등 감축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듯

저금리 기조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보험사들의 인력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직 회사를 떠나지 않아 상위직급 인력이 지나치게 많다.

이에 최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을 필두로 보험사들은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등 직원들의 반발로 그 규모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보험사 인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신규 채용을 거의 못하고 있어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보험사 인사팀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무 연수 15~20년(386세대)의 전 금융권 평균은 전체 대비 12%이나 보험사는 19.3%에 달했다. 직급이 높은 인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인사 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의 원인인 386세대는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이들이다. 이들은 보험업이 호황이던 1990년대 입사해 지난 20년간 회사의 성장을 지켜봐 온 인물들이다.

당시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한 해 1000명 규모로 인력을 확충하며 세를 불려 나갔고, 신입사원 중 대다수가 몇 년 지나지 않아 영업직에서 이탈하는 ‘대량도입 대량탈락’이 만연한 시대였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국제 금융위기 등을 수차례 겪은 386세대가 1990년대 후반부터 회사에 잔류하는 ‘안정’을 택했다. 보험사들이 경기 불황을 이유로 신입 인력 충원을 꺼리면서 현재의 인력구조가 고령화 및 고직급화됐다. 당연히 인력 순환에도 적체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IMF 이후 직원을 많이 뽑지 않았기 때문에 인력 순환에 문제가 없었지만 앞서 입사한 386세대들이 고참 부장급에 몰리면서 인사 적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40대 중후반인 이들을 타깃으로 본격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새 피 수혈 등 인사를 안정적으로 순환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희망퇴직, 자회사 이동 등으로 1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감축을 마무리했고, 한화생명도 희망퇴직, 전직 지원 프로그램 등 구조조정으로 전체 직원의 6.3% 수준인 300명을 줄였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 15년차 이상 직원 중 480명을 희망퇴직시켰고 창업휴직제 신청자 약 100명까지 합치면 580명이 사실상 회사를 떠났다.

ING생명은 지난 6월 40여명의 임원 중 부사장 2명을 포함해 18명을, 본사 부장 70여명 가운데 35명을 내보냈다. 일반직원도 전체 인원의 20%에 해당하는 15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NH농협생명과 합병을 앞둔 우리아비바생명도 입사 1년차 이상 직원 105명이 회사를 떠났다.

주요 15개 보험사를 종합하면, 1년 새 13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반기보고서를 작성한 15개 보험사의 올 상반기 총 직원 수는 4만7명으로 1년 전 4만1324명에 비해 1317명(3.19%) 줄었다.

7개 생보사의 6월 말 기준 총 임직원 수는 1만4073명으로 1년 전 1만5621명에 비해 9.90% 줄었다.

반면 손보사들은 인력감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일부 보험사들이 적극적 채용에 나서면서 오히려 총 직원 수는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상반기 말 기준 총 인원 2만5934명으로 1년 사이 0.90%가량 늘었다. 수년 전부터 선제적 인력감축을 진행해온 데다 손보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인력 확충이 뒤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사의 인력구조 재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구조조정이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생보사들은 이번 희망퇴직으로 고참 직원의 경우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오랫동안 적체돼 왔던 불균형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손보사의 총 인원이 늘어난 것은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우회한 것이지 실적악화 흐름은 마찬가지”라며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인력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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