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CEO 허민의 괴짜다운 야구사랑

입력 2014-09-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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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 3년만에 해체 결정

▲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최대 주주인 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가 지난 11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1년 9월 15일 창단해 같은 해 12월 12일 본격 출범한 고양 원더스는 3시즌 만에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고양원더스의 출범은 ‘1조 부자’로 알려진 허민 전 네오플 대표의 열렬한 지지 속에 이뤄졌다.

허 전 대표는 매년 30억원이 넘는 금액을 고양원더스에 투자했다. 자신의 야구 사랑과 함께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야구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야구에 대한 무한 사랑을 가진 허 전 대표는 서울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뒤 게임업체 네오플을 설립해 2005년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이뤄냈다.

꿈을 이뤄낸 그는 2008년 네오플을 3800억원에 넥슨에 매각하고 홀연히 미국 버클리 음대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버클리 음대에서 2년 동안 작곡을 배우다 2010년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를 설립하고 투자와 경영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위메프가 안정화되면서 그는 또 다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야구와의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한다. 2011년 한국 최초의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원더스를 창단해 또 한번 ‘괴짜’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허 전 대표는 고양원더스를 창단하며 “나는 야구단을 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근 허 전 대표의 측근은 “허 전 대표는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등으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는 고양원더스에 매년 사비 수십억원을 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전 대표는 서울대 재학시절에도 야구부에서 활동했고, 미국 유학시절에는 최고의 너클볼 투수 필 니크로에게 너클볼을 배울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뉴욕의 프로비던트뱅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캔암리그 뉴어크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 독립리그에 정식 선수로 등록, 데뷔전까지 치뤘다.

하지만 이런 그의 꿈이 지난 11일 무너져 내렸다. 고양원더스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작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단을 3년간 운영하면서 창단을 제의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며 야구단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야신’ 김성근 전 SK와이번스 감독과 사비를 들여 구단을 운영했던 ‘괴짜 구단주’ 허민의 만남은 이렇게 끝났다. 이들의 만남이 한국 야구의 또 다른 발전을 일궈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데는 고양원더스와 KBO의 마찰이 결정적이다.

고양원더스 측은 KBO에서 창단 2년 전부터 퓨처스리그 정식 가입을 요청했고, KBO가 정식 등록을 약속해 창단 작업이 시작됐지만,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결국 해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양원더스는 첫 시즌이었던 2012년 이희성 선수를 시작으로 2012년 5명, 2013년 12명, 2014년 5명 등 총 22명의 선수를 KBO 소속 프로구단으로 이적시켰다. 또 2015년 신인 지명에서는 정규식 선수가 독립구단 출신 최초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제 역사가 됐다.

안타깝게 사라진 고양원더스 대신, ‘괴짜’ CEO 허민이 어떤 방식으로 또 다른 야구 사랑을 표현할 지 모두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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