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의 담뱃세 인상안에 대해 담배업계는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10년 만에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로 한 것은 국민 건강을 내세우면서 속내는 ‘구멍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담뱃세 인상으로 업체들이 이익을 챙긴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500원만 올라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당장 사업계획 짜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종합적 금연대책’을 통해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오전에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와 금연대책을 논의한 후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대표로 담뱃값 인상 폭을 공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담뱃값 인상이 담배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로 직결돼 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들을 쏟아냈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담배세 인상에 따라 KT&G가 담배 소매가격과 함께 출고가를 인상할 경우 영업이익 역시 확대되며, 향후 구조적인 실적 성장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담배세금이 다소 높게 책정되더라도 담배가격이 소득대비 낮은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감소가 제한적이고 재고에 대한 평가이익이 부정적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며 “담배값 인상은 주요 업체 KT&G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담배업계는 담뱃값이 오르더라도 ‘세금’만 오를 뿐 제조사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적호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특히 KT&G는 담배회사들의 실질적인 마진은 오르지 않는데, 시장의 관심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담뱃값은 평균 가격을 2500원으로 봤을 때 중 유통·제조원가 95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세금과 부담금으로 구성돼 있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 234원, 폐기물 부담금 7원 등이다. 이번 인상안은 유통·제조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오르는 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담뱃세 인상은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핑계로 주흡연층인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는 서민증세”라며 “담배 회사에게는 이익이 돌아오는 것이 없는데 마치 담배회사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실적호조의 전제로 내건 담배 출고가 인상은 쉽지 않다”며 “매출 감소가 우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500원만 올라도 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역대 최대 인상가격인 2000원은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연학회에 따르면 담뱃값이 500원 인상된 2005년 담배 반출량은 39억4300만갑으로 2004년 53억7600만갑보다 27.7% 줄었다. 담배 점유율 1위 KT&G의 2005년 매출은 2조2093억원으로 전년보다 16.7% 감소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담배의 가격탄력도(0.425)를 감안할 때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담배소비량이 3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세수는 약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번 담뱃값 인상안에 물가연동제 도입이 포함된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한번에 큰 폭의 상승보다는 조금씩 담뱃값을 올리면 업체들이 인상에 대한 손실 대비책을 마련해 사업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업체들이 출고가 인상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담배세가 인상되면 흡연율 저하에 따른 매출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출고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수확보 차원에서 담배세를 인상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담배회사의 가격 인상을 막을 명분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저항이 심해 그동안 출고가 인상은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인상 가능성을 기대해볼수 있을 것”이라며 “KT&G가 담배 출고가를 50원 인상되면 영업이익이 약 10% 증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