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못 갚으면 부동산을 대신 주기로 한 후 해당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매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1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택시운전사 권모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환송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 2008년 정모씨에게 3억원을 빌리면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모친 소유 부동산 상속분으로 변제(대물변제)키로 약정했다. 권씨는 작년 모친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을 누나 등에 매도했다가 기소됐다.
이에 대해 1·2심은 권씨의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권씨가 정씨에게 돈 대신 부동산을 넘기는 것은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며 권씨의 행위가 배임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는 법리상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