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정조대왕과 최양희 장관의 공통점

입력 2014-08-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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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제22대 왕 정조는 궁궐 밖을 잘 나가지 않는 여느 왕들과 달리 1년에 한 번은 꼭 외부 일정을 가졌다.

이는 아버지인 사도세자 묘가 자리잡고 있는 수원(현륭원) 방문을 위한 것으로, 정조는 12년간 단 한번도 빠짐없이 매년 이곳을 들렀다고 한다.

정조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수천명의 인원과 말이 동원돼야 했던 대규모 행사를 매년 치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아버지 기일에 맞춰 추모를 하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선, 밖으로 나간 김에 백성들을 만나 그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 고충을 해결하고자 했을 것이다. 당시 신문고 제도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내용에도 제한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조는 열두 번의 행차를 통해 백성들의 억울한 사정과 문제들을 많이 해결해줬다고 한다.

또 수원을 가려면 한강을 건너야 하는데, 이를 위해 부교(임시 건널목)용 배를 이용함으로써 선주인 경강상인들의 경제적 사정에도 보탬이 되도록 고려했다. 아울러 수원 인근에 자리잡은 친위부대를 방문해 그들의 사기도 높여줬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같은 정조의 잦은 현장 방문과 목적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그것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최 장관은 여느 신임 장관과 달리 취임 이후 곧바로 적극적인 현장 방문 행보에 돌입했다. 신임 장관들은 통상 업무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조직개편을 위해 수개월간 적응기간을 둔다.

실제 최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한 일은 판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현장 방문이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와 벤처1세대멘토링센터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 아울러 현장 소통을 위해 연말까지 미래부 산하 2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방문하는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앞서 언급했듯 얼핏 살펴보면 최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정조의 공식 외출 의도 및 포석과 유사하게 보인다. 스타트업 방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멘토링을 통한 아이디어 사업화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 점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일 뿐이다. 실제 정조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후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대안을 내놨으며, 이들의 경제 부흥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서민의 애환과 호소를 귀담아 들으며 이를 수용하는 등 민심을 진심으로 끌어안으며 존경을 받았다.

반면 최 장관은 미래부에 대한 신뢰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그럴듯한 계획만 보여줬을 뿐이다. ‘말로만 그친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최 장관의 앞으로의 행보와 실천이 정말 중요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현장 방문을 통한 기업들의 애로사항 청취와 그에 따른 해결책 마련, 해당 기업 경영상황 개선 등 3박자가 두루 갖춰져 미래부의 진정한 존재 가치에 대해 공감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때는 정말 정조와 견주어도 “부족하다”는 반박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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