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와 KB금융, 어느 쪽이 손해였을까 [기업과 스타]

입력 2014-08-1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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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매뉴 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우승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박인비. (사진=AP뉴시스)

잘 나가던 박인비(26)의 모자에 KB금융 로고가 새겨졌다. 2013년 5월의 일이다.

지난해 초 박인비의 활약은 굉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2월)를 시작으로 크라프트 나이스코 챔피언십과 노스 텍사스 슛아웃(이상 4월)을 차례로 제패하며 거칠 것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박인비에게는 없는 것이 있었다. 메인 스폰서다.

박인비의 모자에서 메인 스폰서 로고가 사라진 지 2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SK텔레콤 로고를 달고 우승했지만 2010년 계약 만료 이후 메인 스폰서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거기에는 지긋지긋한 슬럼프가 도사리고 있었다.

당시 박인비에게 스폰서는 사치에 불과했다. 골프를 포기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눈물을 머금고 일본행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박인비의 모자엔 일본 SRI스포츠의 골프 브랜드 스릭슨 로고가 새겨졌다.

하지만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박인비는 일본에서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었고 전매특허 쇼트게임도 완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감 회복이 최대 수확이다. 박인비는 일본에서 보낸 2년여의 시간 동안 와신상담하며 전혀 다른 박인비로 태어났다.

그리고 2012년. LPGA투어 2승을 수확하며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한 박인비는 지난해 첫 메이저 대회였던 나비스코 챔피언십 트로피마저 손에 거머쥐며 세계랭킹 2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박인비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인비와 KB금융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2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 대항전에서다. KB금융의 눈에 비친 박인비는 성실하고 실력 있는 선수였지만 돋보이지는 않았다. 바로 그것이 많은 기업들이 박인비를 외면한 이유였다.

그러나 KB금융에게 손해 보는 장사는 없었다. 박찬호(2001년), 김연아ㆍ이승엽(2006년), 박태환(2007년), 손연재(2010년) 등 종목별 한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KB금융의 손을 거쳤을 만큼 선수를 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문제는 골프선수 후원에는 좋은 기억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4월, 동양인 첫 PGA투어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42)과 메인 스폰서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다.

그러나 KB금융은 박인비의 안정적이고 뚝심 있는 플레이에 다시 한 번 모험을 걸었다. 심성이 착하고 강한 멘탈을 지닌 만큼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의 판단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박인비는 KB금융과의 메인 스폰서 계약 이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63년 만에 LPGA투어 메이저 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KB금융그룹은 박인비의 메이저 대회 3연승의 금전적 가치를 최소 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박인비는 KB금융과 계약 당시 4년간 약 20억원의 후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와 보너스는 별도다. 여기서 사람들의 계산이 빨라진다. 과연 손해를 본 쪽은 어디일까.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를 놓고 손익계산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어리석은 계산이 또 있을까. 박인비는 실력을 겸비했지만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프로골퍼에게 메인 스폰서는 실력과 경제적 조건을 떠나 자존심의 문제다. 그때 KB금융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고, 박인비는 있는 그대로의 실력으로 보답했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 성실하고 심성이 착해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선수, 돋보이지는 않지만 결과로써 입증해보이는 선수, KB금융에게 이보다 좋은 선수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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