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유럽 수출 물량 공백 채워 이익 얻으러…EU, “불공정한 이익 얻지 않길”
유럽연합(EU)이 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대러시아 농산물 수출 자제를 설득할 예정이라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EU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근 브라질,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이 EU와 미국 등 서방산 농산물에 대해 금수 조치를 한 러시아 시장 수출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EU,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되는 농산물과 식품에 대해 수입금지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금수 조치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의 복숭아 생산농가와 호주 축산농가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러시아는 남미에서 부족한 수입물량을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브라질은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의 즉각적인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육가공 공장 90여 개에 대해 수출을 승인했다. 브라질에 이어 칠레도 대체 시장으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네리 파우도 브라질 농무장관은 “러시아의 서방 농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브라질이 더 많은 옥수수와 콩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며 러시아는 고기뿐 아니라 농산물의 대형 소비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남미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의 이런 기대는 EU의 우려를 촉발했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EU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수출 물량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와 대화를 나눠 그들이 현 상황으로 불공정하게 이익을 얻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개별 기업들이 러시아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그런 상황이 EU, 미국, 노르웨이, 호주에 대한 러시아의 수입 금지로 발생한 공백을 채우는 행위를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남미 국가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정치적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서방 농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EU의 대응은 오는 14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28개 EU 회원국 농산물 전문가 회의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