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정몽구 회장 배당세 줄어들 가능성은

입력 2014-08-1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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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세제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부자 감세'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올해부터 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이 배당을 864억원 늘리면 30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C&C가 배당을 202억원 늘리면 20억원의 세금을 각각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당에 인색했던 10대그룹 계열사들의 관행과 투자·실적 변수 등으로 미뤄볼 때 배당을 대폭 늘려 총수들이 분리과세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삼성생명 배당금 30% 늘리면…이건희 회장 30억원 감세

10대그룹 계열사들이 지금과 같은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한다면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는 재벌 총수는 없다.

1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사의 3년 평균 배당성향·배당수익률과 배당금 증가율 등을 분석한 결과, 작년 기준으로 배당소득 증대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0대그룹 상장사는 단 3곳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된 LG하우시스(LG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그룹), 오리콤(두산그룹)은 모두 개인이 아닌 지주회사가 대주주라 분리과세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정부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개인주주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외국인·법인·기관투자자 대주주는 제외하기로 했다.

10대그룹 계열사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배당금을 대폭 확대한다면 총수가 감세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배당부자 1위인 이건희 회장의 경우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생명 배당이 관건이다. 이 회장은 지분 20.76%를 보유한 삼성생명에서 지난해 353억원을 배당받았다.

삼성생명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이 3년 평균으로 36.15%, 1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인 배당수익률은 1.43%다.

올해부터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생명의 배당성향·배당수익률은 시장평균보다 50% 이상 높기 때문에 총배당금 3년 평균치의 30%인 848억원 이상을 더 배당하면 세제 혜택 대상이 된다.

즉, 작년에 1천624억원을 배당한 삼성생명이 올해에는 그 금액을 2천472억원으로 확대하면 이건희 회장은 분리과세로 31억원을 절세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른 실효세율 31%가 적용되는 기존 세제 아래 이 회장은 배당금 513억원 중 159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배당소득이 분리과세(세율 25%) 되면 128억만 내면 된다.

삼성생명은 2010년 3천940억원, 2011년 2천911억원, 작년 1천624억원으로 배당을 계속해서 줄여온 회사다. 삼성생명이 배당을 급격히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실적개선 등이 뒤따른다면 '고배당주'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건희 회장이 지분 3.38%를 보유한 삼성전자로부터 지난해 받은 배당금은 715억원으로 삼성생명 배당금의 2배 이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년 평균 배당성향(9.25%)과 배당수익률(0.70%)이 시장평균의 50%에 미치지 못해 배당소득 증대세제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시설투자에 24조원을 투입하기로 한데다 당기순이익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배당을 대폭 늘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 SK C&C 배당 30% 늘리면…최태원 회장 20억원 감세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495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이건희 회장 다음가는 배당부자였지만,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지난해 기준으로 배당소득 증대세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정 회장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3년 평균 배당성향이 10.10%로 시장평균인 7.04%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배당수익률이 0.84%로 기준치인 1.00%에 못 미친다. 현대모비스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각각 8.81%, 0.64%로 더 낮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배당에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기업소득 환류세제다.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은 임금·배당·투자에 당기순이익의 일정액(기준율)을 쓰지 않으면 환류세를 낼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환류세 기준율이 정부 제시안 중 가장 낮은 수준인 60%로 결정돼도 작년 기준으로 353억원의 환류세를 부담해야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직원 연봉이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임금을 더 올려주기는 어렵다"며 "환류세를 피하려고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당부자 3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분 38.0%를 보유한 SK C&C가 배당금을 30% 이상 늘리면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다. SK C&C의 3년 평균 배당성향은 42.93%, 배당수익률은 1.06%로, 지난해 최 회장이 이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56억원이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올해 시행을 가정했을 때, SK C&C가 올해 배당금을 874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최 회장은 분리과세로 세금을 20억원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도한 배당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주가와 총투자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총수들이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는 수준으로 배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가 배당소득 증대세제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도 "배당금을 30%를 늘리면 유보금이 엄청나게 유출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무리해서 배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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