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잊은 사나이’ 최향남, “단 1년이라도 멋지게 던지고파”

입력 2014-08-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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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기면서 식생활에도 변화…은퇴 후 전혀 새로운 분야 도전

▲최향남이 나이를 잊은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고양 원더스)

최향남(43·고양 원더스)이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 교체를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나이로 마흔넷. 그는 아직도 현역 프로야구선수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의 벽제야구장에서는 고양 원더스와 경찰청의 인터리그 경기가 열렸다. 최향남은 이날 고양 원더스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해 4피안타 1사사구 1실점(1자책)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비록 전성기 때의 기량은 아니지만 그가 던지는 일구 일구에는 아직도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오직 야구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이다.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와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그는 무려 세 번이나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렸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지금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둥지를 틀었다.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도전 과정에선 수없이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힘들었지만 은퇴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나에겐 항상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게 즐거웠다. 물론 지금도 목표가 있다. 그래서 마운드에 오르는 게 즐겁다.”

그래서 그를 도전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그는 지난 2005년 KIA 타이거즈 시절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더 큰 무대를 향한 첫 번째 도전이었다.

▲세 차례나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최향남은 은퇴 후 야구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고양 원더스)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타자와의 승부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떠났다. 단지 강한 타자와 승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체력도 스피드도 마음 같지 않다. “마흔을 넘기면서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위에 부담이 안 가는 음식을 먹고 잠자리 드는 시간도 빨라졌다. 운동량도 줄었다. 예전처럼 많은 량을 소화해낼 수는 없지만 노하우가 생겨서 집중력 있게 규칙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이팔청춘이다. 최향남은 “아직까지 은퇴 생각은 없다. 야구가 좋다.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나로 인해 은퇴시기를 못 잡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며 웃어 보였다.

최향남은 이어 “예전 같으면 35~38세 정도에 은퇴시기를 잡는다. 마흔이 넘는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마흔까지는 당연히 뛰어야 하는 분위기다. 거기에는 나도 일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의 한계는 기술과 노련미로 극복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체력은 밀리지만 기술로 승부하면 된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 한계? 그건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1~2년 이라도 멋지게 뛰다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며 마지막 야구인생 목표를 밝혔다.

그는 은퇴 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야구가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 그때도 지금처럼 멋지게 뛰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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