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발표, 유병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소재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부패가 심하고 장기가 소실돼 사망 원인 판명이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씨의 간과 폐, 근육 등 감정물을 일반독물과 마약류, 케톤체류 등도 감정했다. 그 결과 간과 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고 근육은 케톤체류의 경우에만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서 원장은 전했다.
또 목 등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장기가 소실된 탓에 사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타살 여부를 확인할 때 외부 표피 등을 참고하는데, 유병언 전 회장의 사체는 외피의 손상이 심해 상처 등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인 분석에서 뱀 등 맥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 또는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아 배제됐다.
불과 20일 안팎에 백골이 드러날 정도로 시신이 훼손된 데 대해서는 "부패가 시작되면 동물이 그 냄새를 좋아하는 조건이 돼 파먹거나 해서 변형을 일으킨다"며 "25년 법의학 경험을 볼 때 유 전 회장이 없어진 기간에 (훼손 정도가)합당한 시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급속도로 유출된 유병언 사체 사진을 통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최근 SBS ‘8뉴스’에서 “대개는 약간 구부리는데 양다리가 아주 쭉 뻗어 있다. 일부러 시체를 옮기느라고 발을 잡아서 생긴 거 같은 또는 그 자리에 사망했더라도 누군가가 이렇게 좀 손을 댄 것 같은 인상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시민들은 손가락에 지문 채취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앞서 경찰은 연이은 습한 날씨로 심하게 유병언의 사체가 심각하게 부패해 지문을 채취하기 곤란했으나 냉동실 안치 후 열 가열법을 이용해 3차례에 걸쳐 지문 채취를 시도, 오른쪽 집게손가락 지문 1점을 채취해 최종적으로 유 씨의 지문임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은 그러나 유출된 사진에서 발견 당시 유병언의 사체는 손가락을 구분할 수 없을만큼 부패해 있어 손가락의 지문 채취가 가능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풀 위에서 누군가가 숨져 보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면 풀이 어느 정도 다시 자라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 주변을 정리한 것처럼 풀이 꺾여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며, 시신의 부패 수준이 18일 치고는 심각한데다 유병언의 키보다 상당히 큰 점 역시 의혹을 증폭시켰다.
서중석 원장은 이번 발표에서 부검을 통해 확인한 좌측 대퇴골 길이와 추정 신장, 왼쪽 둘째 손가락 끝마디 뼈 결손, 치아 및 DNA 분석 결과 변사체가 유씨가 맞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