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사 코드읽기] (1)여성의 몸에 대한 불편한 시선

입력 2014-07-23 15:0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서양의 역사에서 연원을 찾아보기

△편집자주

이번 기획연재는 지난 6월 9일부터 9월 29일까지 이투데이 교육센터에서 진행한 (사)역사․여성․미래 주최 ‘여성사 강사 양성과정’의 총17회 강의 내용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요약한 것이다. 이 과정은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 및 사회참여 확대사업’ 공모 사업에서 선정된 것으로 총 4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론 강의 외에 5회의 답사와 2회의 시연이 이어진다.

기획연재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7회의 강의내용의 핵심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여성사 코드읽기] (1)여성의 몸에 대한 불편한 시선! 서양의 역사에서 연원을 찾아보기

- 두 비너스 상의 비교 -

인류가 지구상에 살게 된 이래 여성과 남성이 ‘함께’ 역사를 만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록의 역사’에서 여성은 극히 미미한 존재로 그려졌다. 인류역사상 기록의 역사는 매우 짧은 시기에 불과하다. 문자(기록)의 탄생은 기껏해야 기원전 3천년이 약간 넘는 정도이다.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와 같은 인류의 문화는 오랫동안 어머니와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삶에서 풍요의 싹을 틔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과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전해지고 새롭게 덧붙여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록 안에서 여성은 부정적인 모습을 띠거나 아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으며, 여성의 제한적인 이미지만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도상(판화)과 조각 등이 등장했다. 미국의 유명한 여성사가인 거다 러너는 이러한 상황을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의 창조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록이전의 선사(先史)시대에, 그리고 가부장제가 정착되기 시작한 고대국가 이후에 여성의 모습에는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가? 그러한 차이는 여성누드상(像)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구석기 시대인 기원전 2만년부터 2만5천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과 기원전 4세기경에 그리스의 프락시텔레스가 조각한 크니도스의 비너스 상을 비교해보자.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는 풍만한 가슴과 잘 발달한 둔부로 인해 여성의 다산(多産), 재생산(출산)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양손을 가슴위에 편안히 올리고, 의젓하게 정면을 향한 모습이다. 손과 발은 과감하게 표현을 단순화 한 것에 비해 가슴과 둔부는 과장되어 묘사되었다. 이것은 다산을 상징할 뿐 에로틱한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촘촘히 7단으로 땋아 올린 머리모양은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세밀하게 묘사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완전함을 상징하는 신비의 숫자 7을 머리모양에 담아낸 그녀는 고개를 살짝 내리고 있어 마치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이다. 이처럼 그녀는 다산의 땅의 어머니신, 지모신(地母神)으로서 자존감과 당당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오른쪽 크니도스의 비너스를 보자. 그녀는 다소곳한 모습에 양손으로 몸의 주요 부위를 숨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벗은 몸을 감출 수 있도록 주위에는 옷이 걸쳐져 있다. 이러한 모습의 비너스상은 이후 비너스상의 원형이 되었다.

대체 기원전 2만여 년부터 기원전 4세기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구석기, 신석기 시대 인류는 채집과 수렵으로 생활하였다. 대체로 여성이 채집, 남성이 수렵을 담당하였다. 신석기 시대에 들어서 농경생활을 시작하였는데 한 곳에서 정착해 살면서, 여성과 남성이 여전히 채집과 수렵에 대해 분업하면서도 일정한 기간 여성의 우위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청동기시대로 접어들면서 목축과 농경으로 잉여생산이 생겨나고 사유재산이 증가하면서 일단의 남성들이 재산을 자신의 자식에게 상속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농사를 위해 관개시설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국가가 발생했고, 국가가 발생하면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가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에 뒤이어 사회적 변화도 나타났는데, 여신들과 여사제들의 몰락은 그러한 시대적 변화와 함께 한다.

기원전 4세기의 크니도스의 비너스에게서 나타나듯이, 여성의 몸은 성애의 몸, 교태스러운 몸짓으로 표현되었다. 이제, 여성의 출산과 다산은 남성의 종족 보존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제1강=미디어로 읽는 서양여성의 역사(기계형, 한양대)/ 자료제공=(사)역사․여성․미래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