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으로 보이는 사체가 순천에서 발견됐다."
한밤중에 갑작스러운 긴급 보고를 접한 검찰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근처 매실 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일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보고였다.
변사체의 DNA를 유씨 형의 DNA와 비교해 보니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송치재는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비호를 받으며 잠시 몸을 숨겼던 별장이 있던 곳으로, 그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다 자살이건 타살이건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추론된다.
경찰 수뇌부는 이런 보고를 21일 밤늦은 시간에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1일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에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보고 내용을 검토했다.
외부에 있던 경찰 고위 관계자들도 모두 호출을 받고 급히 경찰청으로 뛰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즈음 '유병언 사망설'이 돌기 시작하자 주요 간부들의 휴대전화는 바로 끊겼고 '회의중'이라는 메시지만 돌아와 긴박한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결국 언론보도로 유씨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부서 사무실 직원들은 TV 뉴스에 시선을 고정하고 유씨 관련 소식에 집중했다.
일부 직원들은 경찰이 그토록 공을 들였건만 유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도 유씨 관련 보고를 전달받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유씨 일가의 경영비리를 수사해 온 인천지검은 21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보고 내용의 진위 파악에 나섰다.
대검찰청과 법무부 역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유씨 여부를 서둘러 확인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은 물론 대검과 법무부 지휘 라인도 21일 자정을 전후해 일제히 휴대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 중이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결국 22일 오전 1시께 "유병언 추정 변사체 발견과 관련해 국과수 등의 최종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100일(24일)을 앞두고 탐욕과 무책임으로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의 검거에 끝내 실패하고 그의 사망을 뒤늦게 확인하게 된 경찰과 검찰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