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직업의 세계⑮] 골프공 디자이너, 골프볼에 과학을 입히다

입력 2014-07-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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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배합부터 표면 분할구조 연구…골프공 하나 개발까지 최소 6개월

▲황인홍 고문은 국내에 몇 없는 골프볼 디자이너다. 코어 배합과 표면 분할구조 연구가 주요 업무다. (사진=오상민 기자)

그린 위에 떨어진 골프볼이 핀을 향해 돌진한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강력한 백스핀이 걸린 볼은 거짓말처럼 핀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일류선수들의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일류선수들의 볼에는 원격조종장치도, 특수소재도 사용되지 않았다. 결코 특별한 볼이 아니다. 다만 일관된 성능을 제공할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볼이 있다면 정확하게 멀리 날아가는 볼이다. 그러나 그런 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훌륭한 볼이 있다면 정직한 볼이다. 즉 나이·실력·구력에 상관없이 일관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볼이다. 모든 골프볼 브랜드가 꿈꾸는 볼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관된 포퍼먼스의 골프볼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골프볼 디자이너라 부른다. 골프볼에 무슨 디자인이 필요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골프볼 브랜드나 모델에 따라 구조나 모양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특화된 디자인과 기술을 가져야 한다.

골프볼 디자이너는 코어의 배합과 표면 분할구조를 연구·개발하는 직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산 골프볼 제조업체 볼빅의 충북 음성공장에서 골프볼을 개발해온 황인홍 고문은 국내에 몇 안 되는 골프공 디자인 전문가다. 황 고문의 손에 의해 개발된 골프볼은 일반 아마추어 골퍼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활약 다수의 프로골퍼가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볼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야 하고 골프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황 고문은 “삼각함수가 기본이 되는 업무다 보니 처음부터 질색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게다가 최소 10년은 해야 분할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때까지 참고 견디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주의점도 많다. 골프볼 디자인은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서둘러서 빨리 해결하려는 생각은 금물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공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를 풀어가듯 기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연구·개발해야 좋은 골프볼을 완성할 수 있다.

실제로 새로운 골프볼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6개월이다. 황 고문은 “좋은 골프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 나라 골프볼이 처음부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른 만큼 개발에 대한 흥미와 인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국산 골프볼의 전망은 밝다. 최운정·이일희 등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뿐 아니라 해외 유명선수들도 국산 골프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황 고문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는 내수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크게 늘었다. 그만큼 골프볼 디자이너가 할 일이 많아졌다.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골프볼을 만들고 싶다면 도전해볼 만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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