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의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입력 2014-07-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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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번 드린 글 때문에 혹시 마음이 불편하시지 않으셨는지요. 그러나 대통령께서 꼭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한 국민의 충정어린 제안으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글을 드리는 이유는 아직 대통령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대통령께서는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실현하시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 과연 책임총리제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역대 제왕적 대통령들에게서 실망을 한 국민들은 신선한 기대를 하였었지요.

그러나 이 정부 첫 총리와 장관을 보면서 과연 이분들이 책임총리, 책임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지난 1년 4개월 동안 언론에서 지적한대로 소위 만기친람형 국정 운영은 선거공약과 너무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사극 ‘정도전’에서 삼봉은 왕께 “많이 듣고, 참고, 품으시라” 제안합니다. 대통령께 삼봉의 제안을 참고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서 리더십을 연마하시던 당시는 나라 살림살이 규모도 작고 민주화가 안 된 상황이라 대통령 지시로 모든 일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 같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사회는 다원화되었고 사회적 요구도 다양하며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최근 경제정책이 왜 시장에서 수용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나 이 정책을 시행했을 때 나타날 결과를 사전 예측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가 발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때는 몇 달, 심지어 1년 이상 걸쳐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도 거쳐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수립 시 기간은 얼마나 걸렸으며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생가하십니까. 세월호 사태 후 관피아 문제를 해결한다고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할 때 얼마나 진지하게 연구하고 고민하고 발표하셨습니까.

부처 간 정책공조나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이 효율성 면에서는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최종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는 첩경입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청의 리더십’을 참고해 보시지요.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 회의 모습은 대통령이 말씀하시고 장관, 수석들은 받아 적는 일방적 지시로 읽히고 있습니다. 국무회의나 수석회의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보십시오.

현 정부와 생각이 다른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도 들어 보십시오. 대통령께서는 가능하면 말씀을 적게 하시고 참고 들으십시오. 백가쟁명식 토론을 거쳐 최종 결론은 대통령이 내리시고 한번 결정하면 밀고 가셔야지요.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지요.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부동산 값이 치솟아 금리 인상 논란이 활발하던 때에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열렸습니다. 당시는 회의 진행에 큰 제약이 없이 하고 싶은 얘기를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여러 자료를 분석하여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습니다. 부총리는 실물경제 성장을 위해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 반박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한국은행 총재는 어떤 생각이냐고 물으시더군요. 한은 총재는 ‘최 교수 주장에 일리가 있으나 아직 시기상조’라고 답을 하더군요. 대통령께서 ‘금리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뭐라 얘기할 수 없지만 최 교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마무리 하시더군요. 그로부터 한 달 후 금통위는 금리를 인상하더군요. 이것이 바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본래 기능이 아닐까요.

대통령 주변에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를 갖는 분들을 많이 두십시오. 나이 드신 분들의 소중한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 분들 의견은 자문에 그쳐야지 그 분들이 주도하는 의사결정은 시대흐름에 따라가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요즈음 정국이 꼬이는 것도 혹시 그런 이유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하셔야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리라 믿기에 감히 몇 말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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