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지나친 '낙관'은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됐음에도 실적을 뻥튀기 추정하는 증권업계 경향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에 기대를 품었다가 실제 발표치에 실망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증권사 실적 전망에 대한 불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8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코스피200 기업을 대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발표된 순이익에 비해 1년 전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평균 32.9% 과대 추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은 2011년 이후 해마다 더 뚜렷해지고 있다.
2011년에는 실제 순이익 81조원, 전망치 98조원으로 과대추정률이 20.3%를 나타냈지만, 2012년에는 33.8%(실제 실적 77조·전망치 103조), 지난해에는 44.7%(실제 실적 74조·전망치 107조)를 기록하며 '실적 뻥튀기' 경향은 더 심화했다.
2005~2010년(금융위기 변수 있었던 2008년과 2009년 제외) 평균 과대추정률이 7.3%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에 대한 불신은 3년 넘게 계속된 시장의 과대 추정이 지속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봐야 한다"며 "실적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중요하지만, 전망에 대한 신뢰 회복 여부도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과대 추정은 주로 경기순환 업종에서 나타난다"며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반영됐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된 것이 실적 과대 추정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3개 이상 증권사가 분석한 184개 종목 중 올해 상반기 말일(6월 30일) 종가가 6개월 전(1월 2일) 목표주가 전망치에 도달한 종목은 31개뿐이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증시 전망이 밝아야 주식 거래량과 증권사 수익률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태생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 실적 하향 요인이 생겨도 기업과의 관계 등 때문에 소신껏 발언하지 못하는 점 등도 이유로 꼽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오랫동안 지적돼온 사안임에도 전혀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실적 전망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관 투자가 등 시장에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